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6·10항쟁’ 이후 최대 규모인 100만명을 돌파하자 새누리당에서 ‘대통령 탄핵·하야’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내치를 책임총리에게 넘겨야 한다는 수준에 그쳤지만 ‘100만명 촛불집회’를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 100여명은 13일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최순실 게이트’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새누리당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면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주류는 당 해체와 국정 위기 타개를 위해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또 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거국내각 구성이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 대통령은 모든 것은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비주류 핵심 관계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하야를 적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정도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태가 심각하고 수습이 어려운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 위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당에서 공식적으로 탄핵 요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14일)부터 국회와 야당 지도부를 만나 여야가 함께 권력 이양기를 관리할 것인지, 헌정중단-헌정파괴를 감수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헌정 중단’ 등을 언급해 우회적으로 대통령의 탄핵·퇴진 논의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100만 촛불민심’을 확인한 야권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등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어제 우리는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봤다. 청와대에서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 없는 국민의 목소리”라며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하실 일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이 다치기 전에 평화롭고 순조롭게 순리대로 정국 정상화에 결자해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하야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비상시국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퇴진 선언→여야 합의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선임→새 총리에 의한 대통령 법적 퇴진을 포함한 향후 일정표 제시’를 골자로 한 3단계 정국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