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럽게도 관광 분야는 논란에서 빠져 있다. 물론 변추석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차은택과의 알력으로 중도 사퇴를 했다든지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에 관광진흥기금이 전용됐고 또 관광공사 자회사인 GKL이 최순실 회사를 지원했다는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이들은 다른 ‘엄청난’ 사건들에 의해 가려졌다.
문체부는 최근 ‘문제사업 재점검·검증 특별전담팀(TF)’을 구성했는데 4개 해당 분야는 인사·감사, 문화예술, 콘텐츠, 체육 등이다. 관광은 건너뛰었다. 또 문체부는 내년 예산에서 ‘최순실·차은택 예산’으로 24개 항목 892억7,000만원을 삭감한다는 취지의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도 관광 분야는 없다.
관광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 중에 하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보고에서 문체부 및 문화융성과 관련한 중점사업으로 2가지 제시했는데 ▲K팝 아레나 등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주요 인프라 구축 완료 ▲10개 권역별 명품 관광코스(핵심 관광지) 개발 등이었다. 이 예산안은 올 8월에 확정됐으니 최근의 사태 전개는 반영이 안됐다. 이미 분명해진 것처럼 차은택 작품으로 간주된 문화창조융합벨트는 거의 와해되는 분위기다. 결국 핵심 관광지 사업만 유일하게 살아있는 셈이다.
차은택이나 최순실에 의해 문화와 체육이 난도질하는 과정에서도 관광은 이를 피했다. 분야 간에는 차이점이 있다. 문화와 체육은 주로 자원을 사용하는 쪽이다. 예를 들면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당분간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즉 업계로 봐서는 ‘먹을 것’이 많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체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관광은 예산 투입보다 오히려 수익을 내야 하는 쪽이다. 범정부적으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외치는 이유다. 정부의 예산 투입이 있다고 해도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잘게 쪼개지기 때문에 누군가 중간에서 끼어들 여지도 적다.
이유야 어쨌든 최근의 혼돈 속에서도 관광은 온전히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문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됐던 ‘가을 여행주간’에서 국내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9.5% 증가했다.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기회복을 이끌 새로운 성장엔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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