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우리 외교안보 라인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순실 국정 농단 스캔들로 선장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라는 거센 풍랑을 맞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론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한미 동맹 관계는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던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한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신(新)고립주의’를 외교안보 기치로 내건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동맹의 미국 착취론’을 제기했다. 또 당선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고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한편 각종 무역협정을 폐기, 또는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발언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것이어서 우려를 낳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의 고립주의가 심해지고 한미 관계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더욱 첨예해지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주미한국대사관의 대사와 공사를 비롯한 전직원과 본부에서도 공화당 인사들, 트럼프와 가까운 인사들과 접촉할 때마다 한미 동맹이나 방위비 분담에 대해 충분히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우리가 접촉한 인사들은 전부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나 방위비 분담에서 우리의 충분한 기여에 대해 인정하고 트럼프에게 전달하겠다고 한결같이 밝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 라인에 한국통(通)으로 부를 만한 인맥이 거의 없다는 점도 우리 외교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트럼프가 지난 3월 공개한 외교안보 자문단의 대부분이 우리 정부에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그나마 8월 뒤늦게 합류한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정도만이 한국 측 인맥으로 분류될 만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트럼프 캠프 및 공화당 주요 인사와는 106회, 힐러리 클린턴 및 민주당 진영 인사들은 86회 접촉하면서 각 대선 캠프의 외교안보자문그룹 특성에 따른 맞춤형 아웃리치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윤병세 장관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와 10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 참석차 두 차례 방한했을 당시에도 공화당 측 인사인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과 트럼프 진영 외교안보정책 총괄인수위원인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 정보위원장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외교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정상회담 논의까지 한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소장은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가 내년 미국의 신정부와 만나기로 이미 준비를 해놓았는데 우리는 그런 계획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우리 정부가 지금이라도 빨리 트럼프 측과 대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