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 8일(현지시간) 뉴욕 로체스터의 한 공동묘지에 사람들이 줄이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퓨전넷과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이날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마운트 호프 공동묘지’에 있는 수전 B. 앤서니의 무덤을 찾아 묘비에 “나는 투표했다(I Voted)”는 글자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무덤 주위를 미국 국기로 장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투표 스티커를 붙인 바람에 묘비는 이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 될 정도라고 참배객들은 전했다. 이곳을 방문한 몇몇 사람들은 여성참정권 운동의 상징이었던 노란 장미를 묘비앞에 놓기도 했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메모를 남기는 방문객도 있었다. 공동묘지 관리사무소는 묘지 개방 시간을 밤 9시로 연장해 늦게 오는 방문객도 맞았다.
이처럼 앤서니의 무덤 앞에 조문객들이 몰린 이유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주요 정당의 첫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 19세기 말 여성 참정권 운동에 앞장섰던 그녀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판단에 있다.
미국의 사회개혁과 여성참정권을 위해 활동했던 여성 운동가 앤서니는 어린 시절부터 노예제 폐지 운동을 펼치는 등 사회 개혁에 관심이 높았다. 그녀는 당시 여성은 투표할 수 없다는 법을 어기고 1872년 11월 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체포됐다. 1892년부터 8년간 전미여성참정권협회 회장을 지내며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달라는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미국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하기 4년전인 1906년에 눈을 감았다.
이날 묘지를 찾은 로체스터 첫 여성시장인 러블리 워런은 “앤서니가 불법 투표를 한 지 141년 뒤에 나는 시장에 선출됐다”면서 “이제 여성에게는 아무런 족쇄도, 사슬도 없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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