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가 만들어낸 정치적 열풍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거대한 정부의 역할을 줄이려고 하는 부동산 재벌과 돈이 좌지우지하는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기를 원하는 자칭 민주사회주의자인 두 사람은 얼핏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들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양 극단에 서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현재 판세에서 보면 샌더스는 물론 트럼프의 대선 레이스 역시 미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폭발했던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 정체성 정치, 민족 및 세대 간 분열 등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는 미국 사회에 남아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다.
CNBC는 7일 씨티그룹 정치분석팀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러한 현상을 ‘복스 포퓰리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복스 포률리 리스크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시위나 군소 정당의 부상 등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뿐 아니라 그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선진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복스 포퓰리는 정부의 정치적 자본을 갉아먹고 정책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정치적 지형은 글로벌 경제에도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민주·공화당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가계부채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에서 재정으로 정책의 무게를 옮기는 현상 등이 그 예로 꼽힌다.
미 대선 결과의 배경이 된 이러한 변화는 선거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티나 포드햄 씨티그룹 수석 글로벌 정치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가 권력에 다가선 마지막 비주류 후보가 아닐 것”이라며 “선진국의 ‘뉴노멀(새로운 표준)’은 신흥국들의 ‘올드 노멀(과거의 표준)’과 상당히 비슷해 보이지만 세계 경제에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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