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 처음 운을 뗀 야당은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고 처음 거국내각 얘기가 나올 때 반신반의하던 여당은 당론으로 공식 제안하는 등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거국내각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더민주는 대통령 사과부터 최순실씨 귀국, 여당의 거국내각 제안까지 청와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기획대응을 하고 있다며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없는 국면 전환용 거국내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야당 입장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을 버려야 하는’ 거국내각을 여당이 쉽게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했는데 여당이 전격 수용하면서 야당 내부의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최순실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촛불집회 확산 등 진상규명 여론이 확산되면서 여당과 어정쩡한 거국내각을 타협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야당이 먼저 운을 뗀 거국내각을 오히려 손사래 치는 상황으로 바뀌게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국내각 구성을 놓고 여야 논란이 커지는 데는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실리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사태로 민심이반이 극심한 상황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지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해 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거국내각을 통해 국정에 참여하게 되면 현 정부와 ‘연루 효과’가 생겨 야당이 반사이익이 보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게 되면 최순실 사태 정국이 빠르게 수습되고 여당은 내년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이익을 볼 수 있는 반면 야당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책임자 처벌 등 여러 가지 전제조건을 달면서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재 야당이 내건 전제조건은 일종의 수사(修辭)”라며 “여론 추이와 거국중립내각을 야당 주도로 구성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시간을 늦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야당이 국정혼란을 오래 방치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적당한 시기에 거국내각 등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윤 센터장은 “야당이 계속해서 국정혼란을 방치하는 건 비판여론이 생겨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 2선 후퇴 등의 전제조건이 받아들여지면 적당한 타이밍에 거국내각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야권 내부에서도 거국내각을 놓고 유력 대선주자들이 이견을 보이는 등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권의 대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거국내각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권력 이양을 뜻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데 대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거국내각 방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로 평가하면서 ‘권력 나눠 먹기’로 비친다고 비판했다. 거국중립내각 논의가 야당 내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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