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지난해 5월 노후에 사용할 여유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3~4배 높은 수익률이 제시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을 발견했다. 은행 창구 직원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 3개의 국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해 운용하는 상품이라고 설명하며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률대로 원금과 이익이 지급된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이어서 사실상 원금 보장이 되는 것으로 이해한 A씨는 거액의 여유자금을 ELS에 넣었다. 그러다가 약 9개월이 지난 뒤 A씨는 은행으로부터 HSCEI 지수가 ELS 가입 때보다 50%를 초과 하락해 투자 상품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A씨는 아직도 원금 손실이 현실화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A씨처럼 복잡한 금융상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해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막기 위해 ELS 등 파생결합증권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안내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05조원 시장으로 성장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는 파생결합증권의 투자 위험 등을 일반투자자에 알리기 위해서다.
A씨가 ELS를 편입한 ELT에 돈을 넣으면서 가장 간과한 대목은 은행에서 판다고 해서 예·적금처럼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ELS는 종목·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만 발행한 일종의 회사채여서 해당 금융사가 망하게 되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도 없다. 이러한 ELS를 편입하는 ELT와 주가연계펀드(ELF) 역시 같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ELT와 ELF는 주로 은행과 보험사에서 팔리고 있어 원금 보장이 된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아울러 금감원은 ELS의 기초자산 숫자가 많고 제시된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기초자산이 늘어날수록 제시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조건이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리해지는 것이다. 또 제시된 수익률이 높으면 증권사가 상환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헤지(위험 회피) 자산을 공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 장준경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ELS 등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할 때는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높은 위험성부터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S 가입자가 중도에 상환을 신청하면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발행 증권사가 중도상환 시점에 헤지(위험 회피) 운용 비용 등을 떼어내기 때문에 애초 투자금액보다 줄어들 수 있다. 장 국장은 “금융상품의 투자설명서를 통해 중도상환 절차와 중도상환 가격 결정 방법 등을 잘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한 ELS가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 손실규모가 크게 나타난다는 점과 기초자산의 가치 회복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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