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무더위에 세상은 그늘 속으로 숨어 납작 엎드렸다. 꼼짝하기 싫었고 꼼짝할 수도 없었다. 아직 늦더위가 물러가지 않고 있지만 이제 기세는 수그러들었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여름 내내 퍼져 있던 사람의 발들은 신발을 꿰차고 밖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발들은 길 위를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고 뻗어 앞으로 향하는 길들이다. 이제 햇볕은 달포 전보다 부드러워졌고 하늘의 양떼구름도 계절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다. 몸을 휘감는 것도 땀 대신 바람으로 바뀌었다. 걷기에 좋은 철이다. 다가오는 가을에 앞서 걷기 좋게 새롭게 태어난 길 두 곳을 살펴보았다.
◇풍경길=충청북도 충주의 풍경길은 충주호와 남한강, 계명산 등 뛰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조성된 7개 코스 73.2㎞ 길이다. 내륙의 바다 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오솔길인 ‘종댕이길(7.5㎞)’, 억새꽃이 군락을 이루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비내섬을 볼 수 있는 ‘비내길(21.5㎞)’, 전국 문화생태탐방로 10선에 선정된 역사유적지를 돌아보는 ‘중원문화길(23㎞)’로 이루어져 있다. 또 풍광이 빼어난 충주댐 아래 강변을 따라 걷는 ‘강변길(1㎞)’,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고 붙여진 충주-괴산-문경을 잇는 자연과 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진 ‘새재 넘어 소조령길(9.1㎞)’,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로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애잔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하늘재길(3.6㎞)’로 이어진다.
풍경길 중 하나인 종댕이길은 계명산 줄기인 심항산(해발 385m)의 수변을 따라 걸으면서 충주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탐방할 수 있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가족단위 탐방에도 더없이 좋은 숲길로 ‘종댕이(宗堂)’라는 말은 인근 종댕이마을에서 유래했다.
마즈막재에서 시작해 심항산 둘레를 돌고 충주호반을 따라 충주댐물문화관까지 이어지는 전체 코스는 총 길이 11.5㎞로 대략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종댕이길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전체 코스보다는 마즈막재에서 출발해 심항산을 돌아 마즈막재로 회귀하는 7.5㎞ 구간 2시간30분 코스를 주로 걷는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7.5㎞ 구간, 숲해설안내소에서 시작해 심항산 둘레를 걷는 3.8㎞, 1시간30분 코스를 걸으면 된다.
숲해설안내소에서는 심항산 정상으로 가는 2개의 숲길이 있는데 가온길이라 불리는 숲길은 1.2㎞로 20분 정도 소요되고 봉수대길은 0.7㎞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심항산 전망대에서는 충주호를 향해 반도처럼 튀어나온 심항산을 감싸고 흐르는 충주호의 시원한 물줄기를 굽어볼 수 있다.
종댕이길의 핵심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심항산 둘레를 돌아가는 호반길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는 3.8㎞ 구간이다. 숲해설안내소에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생태연못이라 불리는 작은 연못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숲으로 난 길로 들어서며 종댕이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길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두세 명이 나란히 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돼 있다.
◇산막이옛길=산막이옛길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고 갔던 10리길을 말한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괴산호를 끼고 걷는 이 코스는 나무데크로 길이 조성돼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일주할 수 있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로 가는 방법은 등산로로 시작해 옛길로 돌아올 수도 있고 옛길을 걸어간 후 배편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산막이옛길 주변으로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굴바위나루가 있다.
배편을 이용하고 싶다면 동선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산막이옛길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주말에는 하루 1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산책로의 전장은 4㎞로 구간 안에 고인돌쉼터·연리지·소나무동산·출렁다리·노루샘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1코스는 4.4㎞로 노루샘부터 산막이마을까지며 2코스는 2.9㎞로 노루샘부터 진달래동산까지다.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546-1(옛길 주차장) 홈페이지 http://sanmaki.goesan.go.kr /글·사진(괴산·충주)=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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