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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故)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장례식장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신 회장은 27일 오전 9시 37분 이 부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의 영정에 헌화하고 한참 동안 고개를 숙여 조의를 표한 뒤 이 부회장의 아들 이정훈씨와 며느리 방근혜씨 등 유족들을 위로했다. 침통한 표정인 신 회장은 눈가는 붉어져 있었다.
신 회장은 임원들과 함께 장례식장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10시 30분 쯤 일어났다.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신 회장에게 취재진들이 심정 등을 묻는 질문을 쏟아내자 울음을 터트리며 대답은 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이 숨진 26일 오전 보고를 받고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비통함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그룹의 실세인 이 부회장은 검찰조사를 앞두고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오전 7시 11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한 산책로에서 60대 남성이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운동 중이던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부회장은 숨지기 하루 전인 25일 정상 근무를 했고, 이날 밤 9시 쯤 서울 용산 자택을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1매는 표지) 분량의 자필 유서를 통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고 그룹과 신 회장에 충성심을 표하며 이 같이 적었다.
이 부회장은 또 가족들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유서에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나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했다. 자금관리는 물론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은 모두 이 부회장을 거친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런 이 부회장을 주요 수사 대상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각종 비리 단서를 수집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 했을 때 출국금지 조치됐으며, 검찰은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이 부회장의 발인은 30일이며, 신 회장은 발인 전 다시 한 번 빈소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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