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한 건물 공사 현장. 40도에 육박하는 열기 속에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비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업장에서의 안전재해 예방의식이 아쉬운 모습이다.
오토바이 행렬과 함께 북서쪽으로 1시간가량 달려 손따이시에 이르자 깔끔한 외관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공단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협업해 건립한 산업안전보건 훈련센터다. 3년간 총 사업비 106억원 중 우리나라가 38억원을 투입해 베트남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체계적인 산업안전보건 교육기관이다. 훈련센터 건립뿐 아니라 정책자문과 기자재 지원, 초청연수까지 한국의 산재 예방 분야 발전 경험이 패키지로 공유됐다.
내부로 들어서자 공장 하나를 통째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다. 실습장에서는 추락 체험이나 안전모 체험, 화재 상황 발생, 타워크레인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교육하게 된다. 훈련센터는 1만8,000㎡(약 5,500평) 규모로 건설안전체험교육장 등 13개 안전보건 체험시설과 이동안전보건 교육버스를 포함한 33종의 실습용 장비 및 강의 기자재를 갖췄다. 프레스·지게차 등 모두 국내 업체들이 공급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다. 합숙 교육을 할 수 있도록 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기숙사도 마련됐다.
하탓탕 노동보훈사회부 산업안전국장은 “한국 프로그램을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베트남 환경에 알맞게 개발해 700여개의 교육과정을 마련했다”면서 “작업자 안전보건 교육과 동시에 관리자로까지 대상을 확대해 2020년에는 국가 수준의 안전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개관식에는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과 이혁 주베트남 대사, 장재윤 KOICA 베트남사무소장, 다오응옥중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장관 등 1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영순 이사장은 “훈련센터에서 안전보건 전문가를 양성해 베트남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면서 “중앙아시아·중남미 같은 지역으로 개도국 산업안전보건 지원 사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훈련센터에서는 한국을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 받은 약 40명의 숙련기술자가 강사로 활동한다. 안전보건공단 전문가들이 현지에 파견돼 시범강의와 실습교육도 진행했다. 매년 하노이 인근 지역 4만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5,000여개 한국기업들도 진출해 있는 만큼 우리 기업에서 일하는 베트남 근로자들의 교육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현대화된 산업국가로 도약하며 제조·건설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 만큼 산재예방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에 따르면 산재로 인한 근로자 상해·사망 사고는 매년 17%씩 늘어나 연간 6,000여건에 이른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고까지 감안하면 몇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베트남은 사업주와 근로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교육 실시 의무화 같은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작업이 가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도안 마우 디엡 노동보훈사회부 차관은 “베트남 전문인력이 한국에서 교육받는 기회를 갖고,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한국과는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인적 교류, 기술협력, 안전협력을 다양하게 해왔다”면서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 앞으로 정책자문과 많은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업은 KOICA가 베트남에서는 최초로 산업안전 분야 지원을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병원 같은 시설이 대표적이었다. 장재윤 KOICA 소장은 “베트남에서 수요를 발굴해 사업제안을 했고 3년간 정상적인 절차로 완료돼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모범사례”라며 “산업안전보건교육 시스템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사후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노이=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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