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440원) 오른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됐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근로자 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끝에 내려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논란과 함께 노동계의 협상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17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열린 13·14차 전원회의에서 2017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이같이 의결했다.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모두 27명의 위원 중 16명이 투표에 참여해 14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1명은 반대, 1명은 기권했다. 공익위원들이 표결처리를 요구하자 근로자 위원들은 전원 불참했고, 사용자 위원 중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2명은 인상안(7.3%)이 제시되자 퇴장했다.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표결이 이뤄진 7.3%의 인상안은 사용자 위원들이 제시한 것이다. 위원회 측에서는 최근 4∼5년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고 공익위원들의 안을 통해 의결하면서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노사가 낸 안을 중심으로 표결하는 문화로 진전시켰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격차 해소를 위해 나름 큰 의의가 있는 수치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계도 주장만 하기보다 수정안을 내면서 협상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학습의 기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공익위원들의 지속적인 증액 요구에 따라 경영자위원들이 제시한 것으로 사실상 공익위원안과 다름없다”면서 “30인 미만 사업장이 매년 2조5,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집단 퇴장한 건 최저임금 인상이 기대만큼 힘들 것으로 판단해 일종의 항의 표시인 셈이다. 공익위원들은 하한선 6,253원(3.7%), 상한선 6,838원(13.4%)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지만, 중간값(6,545원, 8.6%)조차도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1만원 인상을 주장하며 속내로는 두 자릿수 인상률을 원했던 노동계로서는 표결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명분상 퇴장을 했겠지만 끝까지 협상을 진행하며 10원이라도 올리려는 실리를 추구하지 못한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눈높이 자체가 다른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 힘들어서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다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노동계 조차도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익명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의회를 봐도 정권에 따라 다르고 최저임금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더 경직적이고 근로자들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로 흘러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지 못할 우려와 함께 노동계의 역할 자체도 축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뜯어고치는 제도개선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구조 등 사회 문제를 모두 최저임금으로 풀려는 접근방식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지적했다. 소득격차 해소, 빈곤, 복지, 일자리 등에 있어 표적치료제보다는 최저임금이 만병통치약처럼 쓰인다는 얘기다. 즉, 정부가 최저임금뿐 아니라 근로장려세제(EITC), 사회보험 등의 사회안전망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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