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초복인 17일 출입기자들과 삼계탕 오찬을 하며 “집권을 위한 노력을 할 테니 좀 잘못해도 너무 긁지는 마시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대표는 오찬 전 인사말을 통해 “8·27 전대 이후에는 내가 대표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라며 “그때부터는 시간이 많을 테니 접촉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면 자주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초복(17일)을 맞아 김 대표는 보신탕을 먹으러 가려다 상당수 기자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측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삼계탕 오찬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오찬 내내 현안 등의 질문에 빠짐없이 답했다.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면서도 당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를 앞세우면 내년 대선 승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 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송영길 의원에 대해 “(내가) 맘에 들고 안 들고가 어디 있겠느냐”며 “우리 당의 수준이 그 정도면 (투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문재인 전 대표를 찾아 구애하며 친노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는 데 대해 에둘러 비판하면서 전대 결과에 대해 승복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가 생각을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김 대표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야권의 잠룡들과 잇따라 접촉을 가진 것에 대해서도 “우리 당 소속이니 만나는 것”이라며 당 안팎의 킹메이커 역할론에 대해 “더 이상의 킹메이커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의 거취에 대해서는 “정치를 할 생각이면 시기적으로 지금 외에 언제 기회가 있겠느냐”며 “빨리 결심을 하실 것”이라고 말해 복귀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영국·미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 포용적 성장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전제한 뒤 “다른 선진국처럼 철저히 하자는 것도 아니고 ‘초보단계’에서 해보자는 건데 이것도 안 하면 나라의 안정을 취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어 최근 본인이 직접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이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내가 발의한 개정안은) 법무부가 지난 2013년에 만든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며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을 대변하는 사람들인가. 새누리당은 더민주가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가 준비 중인 8·15 사면과 관련해서는 “진경준·정운호 사태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한 만큼 국민들을 자극하는 사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지난 4·13 총선 참패 이후에도 계파 갈등에 몰두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원래 당이 조용하고 조화를 갖춰야 집권도 할 수 있다”며 “늘상 싸우기만 해서는 집권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그 사람들은 다음 번에 야당이 될 거니까 막 싸워야지”라고 뼈 있는 농담도 건넸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