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시작한, K대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자금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중이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엔젤 투자자를 소개 받게 되었다. 투자자는 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고 선뜻 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와우!
“지분율은 25% 정도였으면 좋겠고요. 열심히 도울게요. 공동 창업자라고 생각해주세요.”
K대표는 무척 기뻤다.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인정받은 것 같았다. 1억원이면 당장 제대로 시작해볼 수 있는 금액이다. 투자뿐 아니라 사업을 돕겠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K대표는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과 상의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반응들이 나왔다.
“1억원에 25% 지분이라면 투자 후 기업가치가 4억원인데 너무 낮게 평가 받은 것 아니에요?”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K대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투자,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생각할 점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지 예상 매출과 자금 소요 계획을 정리해본다. 이를 근거로 자금 조달 시점별 기업 가치를 추정, 투자유치를 진행한다. 몇 번의 추가 투자가 완료됐을 때 최대주주(또는 우호지분 포함)의 지분이 적절한 선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대표가 불안해하는 것은 이런 계획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스타트업 또한 많지는 않다는 데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둘째, 누가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한다. 투자자들이 많으면 스타트업이 협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하는 조건의 투자자를 고르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가 많다.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스타트업은 지분율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파이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최초의 투자가 없으면 시작조차 제대로 할 수 없지 않겠는가. 투자 조건에 이견이 있다면 일단 일이 되는 쪽으로 만들어놓고 향후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조항을 넣어 양보한 쪽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당장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믿을 만한 투자자인지가 중요하다. 최초의 투자자는 소수 지분을 가진 단순한 소액주주가 아니라 일정 권리를 가진 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예:지분율 3%면 회계장부 열람권 확보). 창업자가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자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일들이 생길 것이다. 어떠한 계기로든 투자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창업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시간이 가면 지분율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냐가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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