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감독 규정을 행정예고 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감독규정은 대략 5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대주주의 변경 승인 때 금융당국이 세부 심사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과 금융감독원장이 변경 승인 신청 내용과 의견 제시 방식을 공시해야 한다는 절차 등이 적혔다.
새 규정은 금융권 지배구조와 관련한 정책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기자들이 받은 보도자료엔 최근 자본시장 빅뱅과 관련한 중요한 대목이 쏙 빠졌다. 대주주 변경 심사에 적용되는 특례조항 신설이 그것이다.
특례조항은 관련 내용이 보도된 다음날(4월28일) 금융위 홈페이지에 규정 전문이 올라온 뒤에야 확인 가능했다. 감독규정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특례조항은 형사처분을 받은 법인과 개인이 합병이나 경영권 변경을 통해 대주주가 될 때는 예외를 인정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의적 잣대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보험업 상 모호한 규정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으로 흡수하면서 구체화적으로 명시한 것은 정책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전향 적이다.
문제는 자본시장의 판도를 영향을 미칠 감독규정을 변경하면서 국민과 시장의 소통 수단 중 하나인 보도자료에 특례조항을 일절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조항의 수혜 대상자가 미래에셋그룹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을 존속 법인으로 삼아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특례 조항이 시행되면 합병 주체인 미래에셋대우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5,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음에도 미래에셋생명의 지분을 16.64%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을 별다른 문제 없이 흡수할 수 있다. 만약 현행 규정이 적용되면 두 회사는 보험회사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합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당국의 석연찮은 행태는 ‘특혜 시비’를 의식해 보도자료엔 숨기고 어물쩍 넘어간 게 아닌지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장에 충분한 설명을 해야 뒷말을 낳지 않는 법이다. 특정기업 수혜가 담긴다면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최근 2건의 대형 증권사 인수전 결과를 두고 이런 저런 뒷말이 나도는 마당이 아닌가.
특례조항은 자본시장의 판을 키우겠다는 임종룡식 금융개혁 방향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뭐가 두려워 ‘뒷문’ 공개하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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