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자원의 보고’인 러시아에서 자원 분야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데 활동의 초점을 두고 있다. 26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하는 경제인은 모두 33명으로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4단체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와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 경제인 수행단은 러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자원 부국인데다 최근 넘치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급속하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진정한 신흥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 정부가 한국의 제조업체 진출을 원하고 있어 재계는 이번 대통령 수행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양해각서(MOU) 수준의 양국 기업 협력 약속이 대규모로 이뤄질 예정이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LG그룹이다. 지난 18일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러시아 총리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러시아 투자환경 개선 및 자원 개발사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번 수행기간 중 러시아 자원 개발 협력 방안을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수행단에 포함된 하영봉 LG상사 부사장은 러시아 방문기간 중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우라늄광산 개발을 위한 MOU에 서명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탐사계약기간이 끝난 서캄차카 해상광구 개발권 연장에 주력하는 한편 추가적인 광구 개발 참여 기회를 모색한다. 이와 함께 현재 러시아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윤활유제품 마케팅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러시아 원유 도입 확대 방안과 자원 개발 기회 모색 등 에너지 분야에 관련된 전반적인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현재 GS칼텍스는 전체 원유 도입량의 약 4%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어 국내 정유 4사 중 러시아 원유 비중이 가장 높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가 최근 자원민족주의의 최선봉에 서 있는 입장이라 한국의 개별 기업인이 러시아의 자원 관련 국영회사 관계자를 만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양국 대통령이 만드는 정ㆍ재계 행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이번 러시아 방문이 자원외교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경제 도약을 위해 한국 제조업체의 생산기지가 진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재계도 러시아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장성을 감안, 생산기지 진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착공한 자동차공장 부근에 부품 생산공장을 추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원활한 부품 공급으로 완성차의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동유럽의 자동차 관련 시장도 함께 공략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백화점 모스크바 2호점 진출 방안을 이번 방러기간 중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을 계획이며 현재 공사 중인 모스크바 내 호텔ㆍ백화점ㆍ사무실 등 복합단지 건설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밖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조선 부문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항공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재계는 러시아 방위ㆍ우주ㆍ생명 분야의 첨단기술 도입에 대한 논의도 다각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간 취약했던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러시아 경제인들과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러시아 방문의 의미가 크다”면서 “그러나 현장에서 논의된 사업 기회를 꾸준히 추진하는 향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