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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맞수이자 세계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가 3ㆍ4분기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스마트폰 등 휴대폰의 판매부진에 지멘스와의 합작법인인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의 실적부진 등의 악재들이 중첩된 결과로,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지난 3ㆍ4분기에 월가의 예측보다 나쁜 5억5,900만유로(약 9조6,73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 역시 월가 전망치인 100억3,000만유로를 밑도는 98억1,000만 유로 수준으로 집계됐다. 월가는 노키아가 3ㆍ4분기에 3억4,700만유로의 순익을 내고, 매출은 99억7,000만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휴대폰 판매부진에 가격도 하락= 노키아가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실적 발표를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휴대폰 판매가 부진에다 가격하락에 따른 수익악화가 주요인이다. 노키아는 지난 3ㆍ4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총 1억900만대로 8%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노키아 휴대폰의 대당 평균 판매가격은 92달러로 전년동기 107달러에 비해 14%가 낮아져, 휴대폰 영업이윤 마진율(세전)은 전년동기 18.6%에서 11.4%로 하락하며 2ㆍ4분기 12.2% 보다도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과 휴대폰 업계의 가격경쟁 과열이 노키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판매부진이 실적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키아의 3ㆍ4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37.6%로 변동 없이 1위를 유지했으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애플 아이폰과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에게 자리를 내주며 지난 2ㆍ4분기 41%에서 35%로 내려 앉았다. HCM의 잰 두워스키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R.I.M. 등이 노키아가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MKM파트너스의 테로 쿠이티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의 유일한 관심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인데, 3ㆍ4분기 출시된 신형 스마트폰이 잘 팔린다면 4ㆍ4분기의 실적은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와 합작사 실적악화도 부담= 노키아의 실적을 갉아먹은 또 다른 악재는 지멘스와의 합작법인인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의 부진이다. 2007년 4월 노키아가 지멘스와 함께 창립한 무선네트워크벤처 NSN의 3ㆍ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한 27억6,000만유로를 기록했고, 손실액도 9억800만유로나 됐다. NSN의 이 같은 고전은 에릭슨와 알카텔루센트, 그리고 중국 경쟁업체들의 공세 때문이다. 특히 NSN에게는 화웨이테크놀로지와 ZTE 등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가 위협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카날스의 크리스 존스 애널리스트는 "NSN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 중국 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와 ZET의 저가공세로 시장을 크게 잠식당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위협은 NSN만 겪는 것이 아니고, 에릭슨과 알카텔 루센트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노키아는 NSN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리 페카 칼라스부어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NSN의 실적은 격렬한 경쟁요인과 시장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면서 "우리는 NSN에 대한 지원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키아의 맞수인 삼성전자는 실적이 계속 좋아져 노키아와의 세계시장 점유율 격차를 1년새 7%포인트나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2ㆍ4분기 글로벌 점유율에서 노키아 37.8%, 삼성 19.2%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은 15.4%로 노키아의 41%에 배 이상의 차이로 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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