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적으로 젊은 존 F.케네디는 활기 넘치고 매력적이며 성욕 과잉인 반항아였다. 이는 전형적인 '기분 고조형 성격'이다. 심지어 그가 면역 체계 질환인 애디슨병에 걸려 각종 염증과 복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기분 고조형 기질' 덕분이었다. 이 같은 기질은 케네디에게 사교성과 활동력, 일중독과 큰 야망을 비롯해 한번에 여러 일을 수행하는 '힘 좋은 기계'처럼 만들었다. 기질과 증상은 프랭클린 D.루스벨트도 비슷했다. 이들은 일종의 '정신질환'을 시련과 역경에 부딪혀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빠른 회복력으로 승화했다.
훌륭한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현실주의적 감각,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역경에 굴하지 않는 회복력 등이 있겠다. 그런데 이 모든 능력과 자질을 꼭 '정신적으로 건강한' 지도자 만이 가지는 게 아니라면?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나시르 가에미 박사는 통념을 뒤집고 "위기의 시대에는 정신적으로 정상인 지도자보다 정신 질환이 있는 지도자가 더 낫다"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전쟁이나 경제공황 같은 위기의 시대에는 성공적 리더십과 정신 질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케네디와 루스벨트를 비롯해 윈스턴 처칠, 에이브러햄 링컨,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킹 등 8명의 지도자들을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정신질환'은 제정신이 아니라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정신병이 아니다.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를 뜻한다. 여기서 비롯된 정신 장애의 특성 가운데 저자는 위기의 시대 지도자들이 보이는 ▦현실주의 ▦공감 능력 ▦회복력 ▦창의성의 네 가지 공통특성을 추출해 냈다.
우울증을 갖고 있었던 처칠과 링컨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철하게 간파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또한 우울증은 타고난 공감 능력을 강화하는데, 간디와 루터 킹은 우울증에서 비롯된 행동주의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껴 공감하면서 새로운 정치 운동을 일으키게 됐다. 셔먼 장군과 테드 터너는 조증과 울증을 오가는 성격장애의 특성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이르렀다.
반면 토니 블레어, 리처드 닉슨, 조지 W.부시 등 정신적으로 건강한 지도자들은 평화시기에는 더없이 좋은 리더지만 위기가 닥치면 난국을 헤쳐가지 못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렇게 '일반적 통념에 따르는 사람'을 '호모클라이트(Homoclite)'라 칭한 저자는 "좋은 양치기이지만 위기 시 최악의 지도자"라고 꼬집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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