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조선의 27대 국왕들이 내린 선물과 그에 대해 신하들이 감사의 뜻으로 올린 글들을 소재로 삼아 2권의 책으로 조선시대의 시대상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시대 국왕이 신하나 백성, 외교 사절에게 내린 선물은 다양했다. 의복에서부터 활, 화살, 말, 서적과 문방사보, 약재와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많았다. 어떤 물건은 아예 한 해의 증여량을 계산해 미리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태조는 도선무순찰사 정도전에게 동옷을 내렸다. 세종은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영토를 확정하기 위해 함길도 도절제사로 김종서를 보내면서 자신이 입고 있던 홍단의를 내려주었다. 대한제국의 고종은 최익현에게 돈 3만냥을 선물하고 양무위원 이기에 대한 징계를 사면했으며 일제의 압력으로 퇴위해서 상왕이 되었을 때는 유길준에게 용양봉저정(정자)을 하사하는 등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국왕이 선물을 내릴 때는 대개 은사문도 함께 내렸다. 국왕이 선물을 내리면 신하나 백성은 국왕에 대한 충성의 뜻을 표하고 때에 따라서는 사은의 의식과 함께 사전(謝箋)을 받들어 올렸다. 저자는 이와 관련된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들을 토대로 역사적 사건과 비사까지 담아낸다. 선물의 목록이나 함께 주고받은 글을 보면 당시의 시대상과 왕의 성품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근대 이전에는 국왕이 국가권력의 상징이자 권력의 실현 통로였다. 신하의 권력은 국왕을 통해 구현되었으므로 국왕의 존재가 없었다면 사대부 정치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저자는 "국왕의 선물은 관직이나 마찬가지로 공기(公器)라고 일컬었고 그것을 어떤 장(場)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국왕의 권력 행사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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