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면서 삶을 힘겨워 하는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자화상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통계자료가 있다. 주관적인 행복도와 자살률 통계 자료인데, 안타깝게도 두 자료 모두가 나이 들수록 부정적인 양상으로 변화된다.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도는 30대를 정점으로 이후 줄곧 낮아지기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이 들어감에 따라 자살률도 빠르게 증가하는데 특히 남자의 경우가 더 심하다. 여자는 연령대별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다가 70대가 돼서야 자살률이 크게 올라가는 반면 남자는 전 연령대에 걸쳐 꾸준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살은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을 넘어설 때 나타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현실을 인내하기가 힘들어지고 정신적 고통이 증가한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남성의 경우 40대에 접어들면서 직장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런 부담감 속에서 50대로 진입하면 실직의 두려움까지 더해진다. 게다가 이 시기는 소위 꺾이는 시기, 즉 인생의 반이 지나버린 시기여서 정신적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동안 살았던 삶에 대한 회의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낙관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이란 말이 있다. 긍정적인 경우로 사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정신 건강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음가짐일 수 있다. 사람의 행동과 심리는 타고난 본성 외에 주변의 상황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하는 소위 서드에이지(40대~70대) 시기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 타인지향적인 삶과 자아지향적인 삶의 균형이 필요하고, 일과 여가의 균형도 필요하며 젊음과 나이듦 사이의 균형 역시 필요하다. 여기에 더불어 필요한 것이 바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균형이다. 통상 사람들은 은퇴를 전후로 심리적 위축과 좌절을 경험하는데, 이럴 때 현실주의과 낙관주의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잡아야 한다.
부정적 심리상황을 지나치게 주변의 탓으로만 돌리고 자기 내면의 문제를 등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떤 부정적인 현상이나 일에 대해서 자기만을 자책하고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긍정적이고 좋은 것은 나의 능력과 자질, 본성 등 자신의 내면에서 원인을 찾고 나쁜 것은 주변의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상황을 좀 더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거꾸로 나쁜 일의 원인을 내 안에서만 찾는 행위는 오히려 자신을 점점 더 움츠려 들게 하고 삶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게 할 수 있다. 지난친 자기긍정과 낙관주의 역시 경계의 대상이지만 모든 불행과 정신적 고통이 내 안에서만 비롯된 것일 수는 없다. 따라서 행복한 100세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현실을 좀 더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여유와 마음의 안정을 찾고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균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사람은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이며, 대개의 일은 보는 대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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