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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공예, 반전의 미학


오래전 뉴욕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현대화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우연히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만나게 됐다. 뉴욕 근방에 위치한 소규모 공장과 농부·어부들이 직접 수확한 제품들을 들고 나와 맨해튼 한가운데인 유니언스퀘어에 천막을 치고 북적이는 장터를 벌여놓은 모습이었다. 그 풍경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흡사 우리네 전통 시장과 같은 모습이 맨해튼 빌딩 숲 가운데 펼쳐지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기분 좋은 반전을 반가운 마음에 꽤 오랜 시간 둘러봤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회색 도시가 품은 초록의 반전은 뉴욕 전체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어떤 대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면을 봤을 때, 그때 느낀 긍정적인 반전의 매력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란 코드는 대중 앞에 서는 사람,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 또는 광고와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반전 매력을 지닌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공예품이라는 것을 필자 역시 얼마 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집무실에 찾아온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기회가 있어 투박하게 빚은 도자기 잔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주는 참이었다. 지극히 서양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조화가 신선했는지 몹시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공예란 '옛스러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대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공예라 하면 '전통공예'만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필자조차도 현재 재직 중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적이고 세련되며 실용적인 제품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과 달리 '공예'는 오래된 공방에서 장인이 빚어내 물건, 박물관에 소장해야 할 것 같은 작품을 떠올리는 인식의 오류가 어느새 우리 사이에 자리 잡아 버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상 공예는 전통과 현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공예'와 '전통공예'를 동일시하는 순간부터 큰 오류일 수 있다. 공예란 폭넓은 소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장르의 조형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 속에 쓰이는 평면적 형태를 제외한 모든 물건이 될 수 있다. 전통·예스러움이란 이미지에 가려진 공예의 피상적인 얼굴을 벗으면 공예란 결국 우리 삶과 직결된, 어쩌면 가장 가까운 생활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5월은 주변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참 좋은 때이다. 재직 중인 기관의 특성 덕분에 지인들로부터 주변에 선물할 아이템을 추천해줄 것을 요청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몇 가지 공예품들을 추천할 때마다 그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에 몹시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처음엔 나 역시 그들과 같았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둘러보면 공예보다 모던한 것도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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