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은 ‘마오우처(茅無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저렴한 주택에는 화장실을 짓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그의 논리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개별화장실을 줄이면 임대주택을 더 지을 수 있어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오의 주장처럼 저가 임대주택에 개인화장실을 없애면 부자들과 공무원들이 정부보조 주택을 가난한 자들로부터 낚아채는 일이 사라질 수 있고 투기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마오가 빈부격차를 옹호한다”며 “마오의 세계에서 문명은 후퇴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어느 순간 개별화장실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는데 돈이 없으면 개별화장실 없이 살아도 무방하다는 것만 같아 감정이 상한 탓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가 최근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확대방안을 보면 ‘화장실 없는 임대주택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아니라 주차장일 뿐이다. 정부는 최근 급등하는 전세대책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을 유도하겠다며 주차장 기준과 도로 기준을 완화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민간 건설로 도심지에 들어설 수 있는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소형 공동주택으로 유형은 원룸형(12∼30㎡ 이하), 기숙사형(7∼20㎡ 이하), 단지형 다세대(85㎡ 이하)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관리사무소나 놀이터ㆍ조경시설 등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특히 기존 아파트 기준은 가구당 1대 이상이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에서는 2가구, 또는 3가구당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만 두면 된다. 서울시는 더 나아가 기존 주택의 20%만 주차장을 지어도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세가격을 낮추는 게 시급한 만큼 주차장을 없앤 저렴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발상은 일견 그럴듯하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울분이 치밀 수 있다.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환경마저 열악한 곳에서 살라는 꼴이니 말이다. 더구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 수요층인 1~2인 가구가 최근의 전셋값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다. 올 들어 전셋값은 강남권 중형아파트부터 오르기 시작해 그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심형 생활주택은 전세대책이 아니라 급증하고 있는 나홀로족에 대한 대책이어야 합당했다. 물론 이것 역시 출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정부정책과도 맞지는 않는다. 애가 아파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처지라면 애 낳는 것을 더 기피할 게 뻔하다. 머리·가슴으로 푸는 대책 필요
과거 노태우 정권 때도 비슷한 주택정책이 도입된 적이 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생소하기만 했던 다가구주택이다. 200만가구 건설과 도시 주택난 해소계획의 일환으로 도입된 다가구주택은 한 가구씩 독립해 생활할 수 있지만 각 구획을 분리해 소유하거나 매매하기가 불가능한 주택으로 가구당 0.5대 수준의 주차장만 확보하면 지을 수 있었다. 1~2년 정도면 신축할 수 있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서울시내 단독주택 소유주들은 앞다퉈 집을 허물고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단기적으로 서민 주거안정에는 기여하기도 했지만 대도시 주거환경 악화의 원인이 돼 버렸다. 경제문제는 가슴보다는 머리로 풀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서민 경제대책은 머리와 가슴이 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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