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던 국제유가가 이번주 들어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활발한 산업활동에 따른 미국의 원유 수요 증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정유회사들의 낙후된 정제시설 ▦이란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정정불안 등 3대 악재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 국제유가는 조만간 배럴당 7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부에서는 세계 경제가 침체돼 수요가 줄어야 국제유가가 잡힐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19센트 떨어진 66.08달러로 마감했다. 이에 앞서 15일에도 WTI는 59센트(0.90%) 하락했다. 이번주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유가불안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주 급등에 이은 차익실현 매물에 의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증가세가 원유시장의 수급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 메릴린치 런던 지점의 프랜시스코 블랜치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현재 상황에서 유가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요감소이지만 최근의 미국 자동차 판매동향 등을 감안할 때 수요가 쉽게 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제시설 부족에 대한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주 미국 전체 정유능력의 12%를 차지하는 12개 정유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선진국의 낙후된 정유시설이 언제든지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뉴욕 소재 바클레이즈캐피털의 칼 래리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의 관심은 정제시설 문제에 쏠려 있다”며 “또 다른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에 대한 우려도 높다. 특히 원유 트레이더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란 사태를 걱정한다. 핵 문제를 둘러싼 서방국들의 압박이 고조될 경우 이란이 원유 생산량 감축 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백만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마침내 경기가 침체돼야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UBS의 수석 경제자문역인 조지 매그너스는 “현재의 유가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며 “고유가 지속으로 경기가 침체돼야 유가가 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