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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대출 상품이 출시 3개월 만에 판매액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주택대출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더욱이 9개 시중은행 가운데 5곳이 주택금융공사와 적격대출 상품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출시할 예정이다. 나머지 4곳도 업무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어 적격대출 상품판매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격대출 상품이 변동금리ㆍ일시상환 중심의 주택대출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당국은 물론 금융계 역시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모습이다.
◇3개월 만에 1조원 판매…인기 높아진 적격대출 상품='적격대출'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유동화에 적합하도록 사전에 정해진 대출조건(채무자 신용등급 9등급 이하, 대출금 5억원 이내, 담보주택 9억원 이내)을 갖춘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조건을 충족하면 은행이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주택금융공사는 은행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유동화하면서 은행의 장기자금조달 역할을 맡는 구조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은행이 장기대출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도 장기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사가 은행이 판매한 대출상품을 유동화해 대출과 조달의 자금 미스매칭을 해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적격대출상품은 지난 3월 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각각 주택금융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에 출시됐다. SC은행은 매일 300억원가량 적격대출 상품을 팔고 있고 씨티은행도 40억~50억원가량 판매해 4일 누적판매금액 1조원을 넘어섰다. 수요자들이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하나ㆍ농협은행에 이어 7일에는 기업은행도 주택금융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ㆍ농협은행은 이달 중순께 적격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기업은행도 하순께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5개 은행이 모두 상품을 내놓을 경우 매달 8,000억원 이상의 판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대출시장 흐름 바꿔 "2016년 전체 비중 50% 육박"=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ㆍ우리은행ㆍ외환은행은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이들 4개 은행도 적격대출 상품의 금리가 크게 낮지 않고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적격대출을 통한 ▦예대율 개선 ▦단기 유동성 확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감소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출연금 부담 해소 등의 장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출상품을 주택금융공사가 유동화하는 만큼 만기가 10~30년인 주택담보대출의 리스크를 헤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9개 시중은행이 모두 적격대출 상품을 판매할 경우 고정금리ㆍ장기대출의 비중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적격대출이 주택대출시장의 흐름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권에 2016년까지 고정금리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비중을 30%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적격대출 상품 판매가 본격화되면 그 비중이 많으면 50%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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