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중국에 새 노동계약법이 시행됨에 따라 노조에 가입하는 근로자 수와 노동쟁의 건수가 급증하는등 중국 노동시장에 빠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노동계약법 시행 이후 중국 사회 전반에서 근로자들의 권익보호가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광둥성(廣東省) 선전시에서 지난 한 달간 접수한 근로중재 신청서는 전년 동기 보다 4배나 늘어난 740건에 달했다. 노동권익단체인 중국노동통신(中國勞動通迅)의 한둥펑(韓東方) 대표는 “공산당은 점점 거세지는 노동운동을 모른 척 덮어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05년부터 ‘화해사회(和諧社會ㆍ조화로운 사회)’라는 구호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정도로 사회적 단합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유일하게 승인한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인 ‘중국전국총공회(中國全國總工會ㆍACFTU)’의 덩치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까지 중국 전역에서 ACFTU의 영향 아래 있는 민간기업 노조는 125만개, 가입 근로자 수는 1억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ACFTU는 노동계약법 개정 이후 최대한 근로자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동펑 대표는 “ACFTU가 변한 것은 ‘생존해야 한다’는 절실한 이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광동성선전시에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는 장즈루(張志儒)씨는 지난 2006년 근로자 1만명의 서명과 함께 정부에 노동분쟁 중재비 면제를 요구했다가 체포됐다. 그는 몇 달 뒤 다시 정부에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냈지만, 정부는 그의 활동을 아예 금지시켰다. 올 들어 장즈루는 산업재해 등의 근로상담을 돕는 춘펑(春風) 노동쟁의서비스센터를 설립했다. 중국 정부는 몇 년 전과 달리 정식으로 등록 허가를 내줬다. 지난 1월 시행된 새로운 노동계약법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중국 정부가 새 노동계약법의 시행에 발맞춰 근로자들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새 노동계약법에서 근로자들의 단체교섭권을 기존 보다 폭 넓게 허용했다. 근로자의 고용 및 해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졌고, 노동분쟁 중재비도 면제됐다. FT는 중국경제가 생활이 여유로운 중산층의 증가로 사회 풍토가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나 철도를 건설할 때도 일일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FT는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도적 차별이나 고용주의 착취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등 근로자들에 대한 권익보호가 충분치 못하다고 전했다. 선전지역의 한 인쇄공장 근로자는 부당한 고용계약 때문에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월급이 깎이고 직위도 강등됐다. 춘펑의 활동도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다. 장즈루는 “근로자들을 규합하고 싶어도 이는 정부의 영역에 속한다”며 “춘펑센터는 근로자들에게 스스로의 법적 권리를 알리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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