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로 늙어가는 경제를 여성들이 나서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엄마'라고 외쳐야 할 때입니다. 장기간 정체돼온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진검승부를 벌여야 합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경제에 여성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한 편지를 최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통해 여가부 직원에게 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 가운데 나온 편지라 더욱 관심을 끈다.
'우리 경제가 엄마라고 외칩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기고문 형식의 편지에서 현 부총리는 "최근 아이들은 넘어져 다쳐도, 음식을 옷에 엎질러도, 배가 고파도 무조건 '엄마'라고 외친다는 내용의 광고를 인상 깊게 봤다"며 "어머니라는 단어는 명사(noun)가 아니라 동사(verb)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동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여성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더 이상 인구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최우선적으로 꼽는 정책 대안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일 방법은 없고 노동력 수입을 대폭 늘리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낳으며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부 부처의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부총리 겸 기재부 수장이 "여성인력 활용이야말로 '늙어가는 거시경제'에 제동을 거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며 우리 경제에 가장 효과적인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남녀평등지수가 높은 기업이 경쟁력이 높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나라가 국가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박근혜 정부가 '여성 경제활동 확대와 양성평등'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은 여성인력 활용 없이는 고용률 70% 달성, 중산층 복원 및 경제부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장기 정체 상태인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현 부총리가 조 장관에게 보낸 편지는 8일 오전부터 여가부 홈페이지에 팝업창 형태로 게시돼 있다. 230여명의 여가부 직원은 물론 홈페이지를 방문한 수천명의 네티즌이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부총리께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재직하실 때도 여성이 경제 미래를 좌우한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밝히셨고 이번에도 경제수장인 부총리로서 여성정책과 인력 문제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더 없는 힘이 된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또 "여가부가 추진하는 여성ㆍ가족ㆍ청소년 정책은 그 어느 것보다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업이 필요한 융합행정 분야인 만큼 기재부 수장인 현 부총리께서 여성 경제활동 확대와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이렇게 명확하게 인식하고 관심을 표명해주신 점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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