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은 제3자인 이재용씨 등에게 재산상 이득을 주고 에버랜드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대규모 변칙증여 의혹에 대해 사법부는 4일 이 같은 판단을 내리며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실체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씨에게 승계하기 위한 회사와 삼성 계열사들간 ‘조직적인 불법행위’에 다름아님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배임행위 성립 여부와 관련, “업무상 배임죄는 현재의 손해를 판단하는 ‘적극적 손해’뿐만 아니라 현재 피해를 특정할 수 없더라도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 즉 ‘소극적 손해’가 인정된다면 배임으로 볼 수 있다”며 “이씨가 현저히 낮은 금액을 납부하고 이 사건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만큼 에버랜드는 소극적 손해를 입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에버랜드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의 실권과 관련해 “에버랜드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CB의 환금성이 없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회사가 갑자기 CB발행을 기획하고 이씨가 미리 납입자금을 준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이씨에게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던 CB 적정 전환가격과 관련, “에버랜드는 당시 비상장법인으로 비교 대상이 되는 유사회사를 선정하기 어렵고 순자산가격 방식 등의 평가방법도 완전한 것이 아니다”며 적정 전환가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록 순자산가격 방식을 바탕으로 계산한 주가가 실제 시세와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 순자산가격 방식의 10분의1 수준인 7,700원으로 결정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7,700원이라는 가격에 대해 “에버랜드 주식의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이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아울러 적정가격 산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씨가 이득을 얻은 구체적 재산상 가액을 평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재산상 손실이 명확히 특정돼야 적용할 수 있는 ‘특경가법상 배임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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