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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30일 첫 주민 직선으로 실시되면서 일단 진정한 교육 자치가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투표율이 예상을 훨씬 밑돌면서 대표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빛이 바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그동안 간선제로 실시되다 조직을 동원한 혼탁선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아 지난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직선제로 바뀌었다. 서울시 초ㆍ중ㆍ고 교육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교육 수장’을 뽑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선거였지만 선거일이 여름 휴가철과 겹친데다 선거전이 후보들 간 정책 대결보다는 이념 대립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보다 외면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시민ㆍ교육단체나 정당들의 도가 넘는 개입 움직임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시내 한 외국어고등학교의 차모(29) 교사는 “진보와 보수로 갈려 비난과 비방만을 일삼는 선거가 된 것 같아 아쉬웠다”며 “6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과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을 뽑는 선거임에도 중요성에 대해 홍보가 덜 된 것 같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로 인해 교육감 당선자의 대표성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교육감 주민 전체 직선제를 폐지하는 대신 ‘교육 관계자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시종 민주당(충북 충주) 의원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국민들이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고 배제돼야 할 각 정당과 일부 선거 관련자들이 교육계를 진흙탕 선거판으로 물들이고 있다”며 “극소수의 관계자들만 참여했던 기존 간선제도 문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교육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교육 관계자 직선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이에 대해 “첫 직선 양상이 이념 대결로 흐르다 보니 시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기피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섣불리 법을 다시 개정하기보다 앞으로 보완점을 강구하고 오는 2010년 지방동시선거에 맞춰 실시하면 투표율 문제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권자 '무관심'
일부선 '선거 무용론' 마저 제기
강남권 투표율 비교적 높아 눈길
30일 서울시내 전역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실시됐지만 유권자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투표장마다 극히 한산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처럼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진 탓에 또다시 '선거 무용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 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등 지역별 격차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교육감 선거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유권자들도 많지 않았으며 직장인들은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바람에 집 근처에서 투표하기에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회사원들은 점심시간을 틈타 투표장을 다녀오는가 하면 저녁 퇴근길을 서두르는 모습도 보였지만 투표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는 통에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투표장에 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등 정부에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줄 것을 권고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오후 늦은 시간에도 투표율이 10%에 채 미치지 못하자 시내 중심가를 돌며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막판까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든데다 공휴일이 아니어서 일반 직장인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관심이 높은데다 전교조와 반(反)전교조의 대립이라는 쟁점까지 부각되면서 투표율이 30%대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강남권의 투표율이 상위권에 대거 포함되는 등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 유권자들의 성향을 반영한다는 분석이지만 자칫하면 새로 선출된 교육감이 일부 지역의 입장만 대변하면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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