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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 세계문화유산과 해양국 백제의 꿈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중일에 1백개 포구 가진 해양대국

서울유적 보존노력 더해 추가등재를

한국 고대사의 한 축을 담당한 백제(百濟)는 동아시아 해양을 누린 대표적인 해양국가였다. 즉 고구려로 상징되는 대륙의 DNA와 함께 백제는 바다 DNA를 우리 민족에게 전해준 나라였다. 이 같은 사실은 백제 건국신화에 나라이름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중국 기록인 삼국지 동이전에는 백제의 첫 이름이 맏형 백(伯)자를 쓰는 백제(伯濟)로 소개됐다. 그리고 삼국사기 백제본기에서는 시조인 온조가 한강 남쪽에 열 명의 신하와 함께 나라를 세웠다 하여 이름을 십제(十濟)로 정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미추홀로 갔던 형 비류가 죽자 그를 따랐던 세력이 동생 온조와 합쳐지면서 나라이름을 백제(百濟)로 바꾸었다고 한다.

결국 백제 건국신화에 전하는 나라이름은 백제(伯濟)-십제(十濟)-백제(百濟)로 바뀌었는 데 이름의 앞 글자만 으뜸 백(伯)- 열십(十)-일백백(百)으로 바뀌고 뒷부분의 제(濟) 글자는 계속 유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하지 않은 글자, 제(濟)는 건너다라는 동사적 의미와 함께 명사로 나루터 즉, 포구라는 의미가 있다. 결국 백제라는 나라 이름은 으뜸이 되는 포구 국가 - 열 개 포구국가 - 백 개의 포구 국가로 발전한 모습이 나라이름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백제가 한강, 예성강, 임진강과 서해안의 항구를 중심으로 세력을 통합하며 성장해 나간 동아시아 해양대국임을 나라이름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백제는 서해-남해를 중심으로 한국-중국-일본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해양 교류거점의 국가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백제의 중국 요서지역 진출과 남중국, 동남아 교류 그리고 일찍부터 일본에도 진출해 백제가 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사실이 이러한 동아시아 해양강국인 백제의 역량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특성은 백제의 수도가 한강, 금강 등 모두 서해바다로 진출할 수 있는 강변에 입지했던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7월 이 같은 백제의 공주, 부여, 익산지역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2000년 경주, 2004년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와 함께 삼국시대 역사유적이 모두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인류의 공동자산인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유적의 진정성과 완전성 그리고 탁월성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백제유적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는 것은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이제 명실상부하게 세계사적 반열에서 주목받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700여년 백제역사 중 500여년 역사를 간직한 한성시대(B.C18-475) 즉, 현재의 서울지역 백제유적이 이번 등재에서는 빠졌다. 가장 큰 이유가 유적의 성격과 내용이 온전히 파악되고 보존되었어야 했는데 안타깝게도 서울의 유적들은 근대화와 서울의 확대과정에서 파괴되고 방치되면서 세계유산 등재 기준에 부합한 요건이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강동구 풍납토성은 한강변에 위치해 해양국가 백제왕성으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었지만 성벽지역만 사적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성 내부공간은 주택이 들어섰고 1990년대 아파트 재개발과정에서 경당지구 등 일부만 발굴 조사되고 나머지는 아파트와 주택으로 뒤덮여 이번 세계유산 등재에서 제외됐다. 이 곳을 포함한 주변 백제유적지구가 잘 보존되었다면 동양의 폼페이 같은 공간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석촌동 백제 고분유적의 경우도 80년대 도로개설을 하며 석촌동 3호분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황망한 사건이 발생했었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하도로를 재개설해 다행히 일부 유적이 보존되었지만 결국 서울지역 백제유적은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신청할 수 없었다.

이제 공주-부여-익산지역 백제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인 조사, 연구 및 보존노력을 통해 서울지역의 백제유적을 명실상부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등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해양대국 백제의 진면목과 위용이 새롭게 진작된다면 바다를 통해 동아시아사를 새롭게 이뤘던 우리 민족의 잠재 역량이 다시 깨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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