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윈 진화론의 핵심은 태초에 생물이 탄생한 이후 유전자가 점진적으로 꾸준하게 변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척추동물이 같은 형태의 외형이 아니라 네발로 기어 다니는 종(種)이 있는가 하면 인간처럼 두발로 걷는 동물도 있는 것일까. 다윈은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수많은 유전자 변이 중 극히 일부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여전히 종의 다양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다윈주의적 진화론이 탄생한 당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프랑스의 동물학자 에티엔느 조프루아 생틸레르는 생물의 진화를 조금 다른 차원으로 접근했다. 갑자기 특정 생물의 종이 급증하는 대폭발이 5억년전 캄브리아기 이후부터 계속돼 왔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생물의 폭발적 변화 중 인류의 척추뼈와 유사한 형태를 띤 유인원이 등장한 것은 2100만년 전. 이는 1958년 우간다와 케냐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모로토 화산 지대에서 발견된 포유류 화석은 현존 인류의 척추뼈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척추와 말초신경 수술분야의 세계적인 신경외과 권위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척추뼈의 발견으로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발생한 중요한 형태적 혁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척추를 꼿꼿하게 세운 유인원의 일부만 인류의 조상이 됐을까. 위험을 무릅쓴 일부의 무리만 평원을 삶의 터로 삼으면서 새로운 신체 설계를 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인간의 첫 새벽을 연 유인원이 있는가 하면 이를 포기하고 나무위로 올라가 그곳 생활에 적합한 구조로 신체를 개조했다는 논리다. 이는 집단 변이, 자연선택, 그리고 종의 분화라는 다윈이 주장했던 표준적인 과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초기에는 주류 과학계였던 다윈 추종자들에게는 비웃음을 샀지만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발달로 점차 부상하고 있는 이론들은 생명의 진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저자는 하나의 종이 또 다른 종으로 분화를 해 왔던 비밀을 ‘모듈성 이론(modularity theory)’을 근거로 설명한다. 종의 진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됐다는 다윈 진화론에 반대해 온 돌연변이 가설은 단 한번의 형질 변환으로 직립보행이 가능한 종이 탄생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저자는 주류 진화론을 거부하며 같은 종이 다른 종으로 분화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이론과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