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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스타일'로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김성주(57) 성주그룹 회장. 그가 24일 대한적십자사 명예총재인 박 대통령으로부터 한적 총재로 부름을 받았다. 다음달 8일 취임하게 되면 기업인으로는 첫번째, 여성으로는 두번째이며 역대 최연소 한적 총재가 된다. 그동안에는 총리나 장관이 한적 총재를 주로 맡아왔다. 그만큼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경력으로 인해 '보은인사' 논란도 교차한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자 화룡점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당시 튀는 언변과 코디로 개성을 맘껏 펼치며 관심을 끌었지만 대선 이후 기업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운동 4개월간 매출이 20~30%(200억원) 감소했다"고 대선 이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가방·핸드백 등 MCM 브랜드로 국내와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여성 기업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커리어우먼의 롤모델'로 불리기도 한다. 연세대에서 신학과 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 영국 런던 정경대 대학원에서 사회학·국제정치학·경제학 등을 수학했다. 에너지 재벌 대기업인 대성그룹의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막내딸임에도 특별한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회사를 일궜다. 1980년대 후반 패션유통업체인 '성주인터내셔널'을 설립해 2005년 독일의 유명 가방업체 MCM을 인수했다. 대성그룹은 영대·영민·영훈 세 오빠가 분할상속했다. 기업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는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과 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이사를 역임하며 인도주의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그가 7,4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국내 대표 구호기관의 수장이 된 배경은 뭘까. 한적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주관하고 재난구호·사회봉사·지역보건·안전교육·국제구호와 지원 등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험과 창의성이 두드러진 김 신임 총재가 한적의 업무 중 하나인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데 한몫 거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기존 관료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따라서 기존 관료조직과의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에 대해 "반기업적인 경제민주화는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하거나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독특한 소신을 피력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예 여성을 뽑지 말든가 아니면 확실히 기여할 사람만 뽑자" "약점이나 조금만 한계가 있으면 다 눈물 찔찔 흘리고 도망가요" 등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적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를 반항아로 부른다"는 그의 말처럼 새 한적 총재로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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