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려면 2065년까지 664조원, 2083년까지 1,669조원의 연금지출액이 더 든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로 따져보면 이 같은 필요재원 규모는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명목소득대체율 50%'에 해당하는 연금은 지금 당장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6.69~18.85%로 인상해야지 지급 가능한 액수라는 게 복지부의 계산이다.
실무기구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향후 70년간 절감되는 333조원의 20%를 국민연금에 투입한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용두사미 격으로 끝난 공무원연금 개혁 타협안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국민연금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있다. 공무원단체는 일찍부터 자신들의 연금이 덜 깎이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등 공적연금 보장성 강화를 주장해왔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로 인상해야 하는데 경제는 침체돼 있고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저축률은 가장 낮은 수준인데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리겠다는 것은 우리 세대는 잘 먹고 잘살고, 미래세대는 미래세대가 부담하면 된다는 식의 얘기인데 이는 지나치게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발끈하고 나섰다. 3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국민연금과 연계함에 따라 재정건전성 제고라는 당초 목적에서 벗어난 감이 있어 청와대로서도 고민이 깊다"며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실무기구는 국민연금에 대해 논의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은 월권이다. 하지만 타협안에 불만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재정중립적으로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려면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반드시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세대 보험료를 올려 다음 세대의 재정적 짐을 덜어줌으로써 '세대 간 연대'라는 연금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고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 그렇지만 역대 정권은 정권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기에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국민연금제도 설계를 책임진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2013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14%로 올리는 다수안을 내놓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차기 정부로 미룬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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