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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61> 완벽에 집착하지 않으면 오늘 더 행복해진다


#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인테리어의 정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널찍한 쇼파, 포근해 보이는 침대,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로 ‘생각보다 꽤 넓은’ 집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기자의 첫 모델하우스 방문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맞춤형 집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놓고 살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대중적인 인테리어 취향에 맞춘 곳이니까요.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그 집에 막상 살기 시작하면 내게는 맞지 않는 것, 불필요한 것들이 있고 변형과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내 실제로 살아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여러 번 시뮬레이션해도 경험해보면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오늘은 이미 버렸어, 내일부터 하자.’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혹은 추구한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종류의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릿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중간에 일이 틀어지거나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때 ‘완벽함’에 집착하다 보니 되려 쉽게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전 세계인의 유명한 변명 아닌 변명처럼,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되기 글렀으니 내일 완벽을 기하자는 심리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함을 갈구하는 행위는 미완성 상태를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삶 자체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게 하죠. 일찍이 완벽에 집착하는 행동의 문제점을 간파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인지과학의 창시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입니다. 그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적절한 대안이란 없다고 단언합니다. 완벽한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특정 지점에서 ‘이만하면 됐다’라며 받아들이는 ‘만족화(Satisficing)’의 과정만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최적(Optimum)의 상태를 가정합니다. 그렇지만 현실 속에서 가장 적합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황과 조건, 그리고 욕구에 딱 들어맞는 답을 찾으려는 사람은 계속해서 대안을 탐색합니다. 소개팅을 수십 번 했는데도 남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한 여자, 조건만 따지다가 노총각이 되는 남자가 많은 것도 ‘최적’에 대한 집착 때문입니다. 사람이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획득된 정보의 질과 성격에 대해 일일이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무의미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죠. 반대로 만족의 개념을 아는 사람은 어느 지점에서 의사결정을 멈추고, 행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현실에 적당히 순응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완벽해 보이는 것도 실제로 경험해보면 완벽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완벽하게 내일부터’라는 변명으로 남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과한 것은 화를 부릅니다. 지나친 최적화 논리는 되레 삶을 피폐하게 만들 뿐입니다. 완벽에 집착하지 않으면 오늘 더 행복해집니다.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즐거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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