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적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인 스티브 코언(57ㆍ사진)이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코언의 헤지펀드인 SAC캐피털어드바이저와 관련된 내부자거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뉴욕 남부지검이 마피아와 마약조직을 단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불법편취부패조직법(RICO)'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70년 제정된 이 법은 범죄행위의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보스들을 잡고 범죄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 마련돼 범죄교사 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한다. 형량도 무거워 범죄 행위를 한 보스에게 최고 20년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범법행위로 취득한 이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 검찰은 감비노 가문을 비롯한 5대 마피아를 소탕할 때 이 법을 적용했다.
뉴욕 검찰의 칼이 코언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뉴욕 남부지검은 2008년 두 건의 제약회사 내부자거래 혐의로 메티 마토마 전 SAC캐피털어드바이저 펀드매니저를 기소하면서 코언을 '펀드매니저A'로 칭해 그가 이 사건에 연루돼 있음을 밝힌 바 있다.
WSJ는 투자회사에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은 드물다면서 법무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검찰이 이 법을 적용할 경우 SAC캐피털어드바이저는 하루아침에 범죄조직으로, 코언은 범죄조직의 보스로 낙인 찍히게 된다. 이 때문에 설사 오랜 재판 끝에 무죄가 되더라도 그와 펀드의 이미지는 되돌리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뉴욕 출신인 코언은 대학시절에 포커와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으며 포커를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코언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1978년 증권회사 트레이더로 월가에 뛰어들어 하루 10만달러의 수익을 회사에 안겨줄 정도로 탁월한 성과를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1992년 자신의 회사인 SAC캐피털어드바이저를 설립한 뒤 현재 150억달러를 굴리는 월가의 대표적인 헤지펀드로 성장시켰다.
월가의 성공신화인 그는 지난 수년간 한 해에 10억달러를 웃도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88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부자 순위 106위에 올랐다.
코언은 미술품시장에서도 10대 컬렉터에 꼽힐 정도로 미술품에 대한 애착이 깊다. 2000년부터 미술품 수집에 나서 에드바르트 뭉크, 앤디 워홀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대거 사들였다.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3월에는 피카소의 작품 '꿈'을 1억5,500만달러 사들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수사에 따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미술품을 구입한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