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마저 연 6%대로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를 나타내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서민들의 대출금리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340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말보다 2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월말에 아파트 집단대출이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월간 순증액은 3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 1~8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말 337조2,000억원에서 8월 말 341조원을 웃돌게 된다.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시장 불안과 건전성 하락을 우려해 금융권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고삐가 풀린 것이다. 월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순증 규모는 ▲1월 1조5,000억원 ▲2월 3조1,000억원 ▲3월 3조4,000억원 ▲4월 3조4,000억원 ▲5월 3조5,000억원 ▲6월 4조5,000억원 ▲7월 4조5,000억원 등을 기록하면서 증가일로에 있다. 이는 은행들이 부실채권 증가를 우려해 중소기업 대출에는 소극적인 반면 대기업 대출 수요는 없다 보니 안전장치(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6% 돌입
더구나 대출금리마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살림에 '경고등'이 켜졌다. 농협은 31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전주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연 5.45~6.45%의 금리를 적용한다. 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를 0.06%포인트 올린 4.53~6.13%로 제시했다. '6%' 담보대출금리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특히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9%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31일부터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를 31일부터 최고 8.67%로 전주보다 0.07%포인트 올린다. 국민은행도 0.06%포인트 올린 최고 8.89%를 제시했다. 특히 4ㆍ4분기부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정부가 통화긴축에 나서는 등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 시중금리 상승세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담보대출 이자부담은 3조4,000억원이나 불어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름세로 방향을 튼 것은 담보대출 금리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91일짜리 CD금리는 4월16일부터 8월5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줄곧 2.41%에 머물렀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8일 2.57%에 달했다. 이처럼 이자부담은 늘어난 반면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면서 가계 부실화 위험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ㆍ4분기 실질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292만8,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8% 감소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4ㆍ4분기에는 2003년 카드버블 붕괴 때처럼 가계신용이 무너질 수 있다"며 "'대출 확대→소비 증가'의 순환고리가 '대출 축소→소비 위축'으로 바뀌면서 가계와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