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차입경제를 지속해온 아이슬란드가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금융당국이 조만간 북유럽 중앙은행들로부터 14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빌려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 트리그비 팰슨 금융안정국장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하면서 "외국 중앙은행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총 외화부채 규모는 현재 1,20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GDP)의 6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아이슬란드 은행들이 그동안 고객예금보다는 해외 은행 및 자본시장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해 과도하게 덩치를 불려왔다고 지적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지난달 29일 해외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온 자국 3위의 글리트너 은행을 국유화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에도 구제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슬란드 정부가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아이슬란드 정부가 이들 은행을 모두 구제하려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슬란드의 크로나 화는 아이슬란드 정부가 자국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지난 한 달간 유로화 대비 20% 하락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아이슬란드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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