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선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증권사가 내놓는 주가 전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삼성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현대증권은 지수의 상단이 열릴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KDB대우증권ㆍ한양증권은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줄여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신중론을 내놓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코스피지수는 9.04포인트(0.45%) 내린 1,998.06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3일 이후 5거래일 만에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대형주 지수가 0.52% 하락하는 등 시장이 일단 조정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시장 주체별 손바뀜 현상도 이어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91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21거래일째 사자 행보를 이어갔다. 다만 순매수 규모는 전날에 이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전날 44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한 달 만에 증시로 돌아온 개인은 이날 순매수액을 1,161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지자 행보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증권사별 증시 전망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수치만으로 염려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특히 유동성 랠리 과정에서 주가가 오버슈팅하는 경향이 있어 2,100포인트까지 상승 여력을 열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단기적 관점에서 시장 대비 외국인의 매수세가 덜 유입된 화학과 철강 업종에 대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도 낙관적인 증시 전망을 내놓았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지수 하단을 견고하게 받치고 있어 국내 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유로존에서도 추가적인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통해 강력한 저금리 기조 유지 의지를 밝히고 있어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혀 국내 증시의 상대적인 매력은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기관 중 연기금이 꾸준하게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도 지수 반등에 힘을 보태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도 10월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6개월 만에 주식 비중을 늘려 잡았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해상운임지수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고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세도 2월 랠리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추세가 감지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의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최근의 주가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도 저하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일시 조정을 받고 있는 지금이 위험자산으로 갈아탈 만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KDB대우증권과 한양증권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인 2,050포인트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철강ㆍ화학ㆍ조선ㆍ건설업종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민감주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내외까지 단기 급등했지만 최근 미국ㆍ유럽ㆍ중국의 경제지표가 고점을 형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철강과 화학 등 경기민감주의 경우 유동성 랠리가 진행됐던 지난해의 상승률에 근접한 상황으로 추가적인 상승폭은 크지 않다"며 "이들 업종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서서히 비중을 줄여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 상단에 근접한 데 따른 저항감과 미국의 예산안 처리 등 정책적 이슈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코스피지수의 탄력은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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