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리 공장은 주변 일대가 녹지지역으로 지정되기 훨씬 전인 지난 1973년에 들어섰다. 뒤늦게 녹지지역으로 지정돼 일반 공업지구나 준공업지구에 비해 크게 까다로운 소음규제를 받게 됐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공장 주변이 택지개발지구로 풀리면서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공장만 유일하게 녹지로 남아 있고 주변은 아파트단지가 됐으니 충돌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현행법은 녹지지역의 야간 소음을 40㏈로 제한하고 있지만 어떤 자동차 공장도 이를 맞출 재간이 없다.
기아차 입장에서는 밤낮으로 공장을 돌려도 주문을 소화하기 힘든 터에 야간조업까지 중단해야 한다면 해외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자동차를 만들어도 팔리지 않아 앞다퉈 조업중단에 들어간 해외 경쟁업체들만 가만히 앉아서 반사이익을 누린다. 주민들로서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연중 계속되는 야간 소음을 참기 어렵다.
결국 기업과 주민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그 책임은 소하리 공장 주변 반경 50m까지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마구잡이 개발을 허용해준 당국에 있다. 공장 인근에 아파트를 지으면 소음문제 등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무슨 배경에서인지 허가를 내줬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행정업무로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소하리 공장을 녹지지역에서 하루빨리 풀어줘야 한다. 규제개혁추진단이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전향적 조치가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기아차도 정부 조치에 앞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장 내 소음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주민설명회를 갖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하리 공장 사례는 일선 기관의 무책임한 행정이 열심히 뛰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소하리 공장의 지금이 그것을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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