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가 존폐 논란에 휘말리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급락하자 특수목적고 입시학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목고 학원 시장에는 이미 매출 감소와 강사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 30개 외국어고 교장들이 내년부터 외고 입시에서 영어듣기평가와 구술면접 폐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0일 일선 학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아직 외고 정책이 결정되지 않아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 힘들지만 대다수 학원들은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외고 존폐 논란으로 학생들의 외고 선호도가 줄어들어 최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경기권 외고 경쟁률은 지난해 6.72대1에서 3.68대1로 대폭 하락했다. 올해부터 복수지원이 금지된 영향도 있지만 영어듣기평가의 난이도 조정, 교과형 구술면접 폐지에 따라 내신 영향력이 커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이번 영어듣기평가ㆍ구술면접 폐지 결정이 학생들의 학원 이탈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남의 한 특목고 입시전문학원의 관계자는 "외고 입시가 지각변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바뀌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외고 입시 전 파이널 정리를 하는 여름방학 이후가 수강률이 가장 높은데 올해는 오히려 8월 이후에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양천구의 H외고입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지필형 구술면접이 금지되고 영어듣기평가 난이도가 중학교 3학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수강 필요성을 묻는 전화가 자주 오고 외고진학대비반 수강률도 예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듣기평가가 사실상 당락을 좌우했던 기존에는 내신이 비교적 낮은 학생들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난이도가 하향 조정되면서 내신이 좋지 못한 학생들은 지원을 포기하고 있다"며 "지필고사 형태의 구술면접을 실시하는 곳이 줄면서 대다수 특목고 학원들의 구술면접반이 폐강되는 등 매출이 적어도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특목고 학원들의 줄도산이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스닥 등록을 위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공격적인 확장정책을 폈던 대형 학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입시전문가는 "특목고 입시학원들의 매출이 내년 3~4월께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 "구조조정된 강사들이 개인과외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학원 수강생 이탈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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