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권자들이 보수당에 완승을 안겨준 것은 무엇보다 '부자증세·서민감세'라는 야당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건강보험이나 보육 혜택을 늘리고 최저임금을 올려주겠다면서 이를 위해 고소득자에게 50%의 중과세를 매기고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세금을 신설하는 등 부자들의 지갑을 털겠다고 공언했다. 이웃 나라 프랑스의 사회당 정부가 함부로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세금이 더 걷히기는커녕 오히려 국부유출만 커져 낭패를 당했던 사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국민들의 환심을 사는 데만 열을 올린 것이다. 반면 보수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통해 재원을 충당하겠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다. 복지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부도위기에 내몰린 남유럽국가를 지켜본 유권자들의 마음은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번 총선의 향배를 가른 것은 결국 경제 문제였다. 유럽 경제위기로 생활이 팍팍해진 국민들은 정권 변화에 따른 시장 혼란보다 성장 위주 시장경제 체제로의 개혁을 선택했다.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세금폭탄과 반기업 정서 확산을 우려했던 경제계도 한시름을 놓은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층 벌어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보수당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총선은 '증세 없는 복지'와 '부자증세'를 놓고 격돌했던 2012년의 한국 대선판을 연상하게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쏟아진 허황한 복지공약은 작금의 '복지대란' 사태의 단초가 됐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의 재원을 놓고 벌이는 책임공방은 감당할 수 없는 복지공약이 초래할 참담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놓고 아무 대책 없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며 갑론을박을 벌인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국가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여야가 내년 4월 치러질 총선 때는 또 어떤 선심공약을 쏟아내고 국정을 마비시킬지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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