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난제가 많다. 대내외 여건도 안 좋다. 무엇보다 재정이 어렵다. 17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경도 세수부족분을 메우고 나면 극히 제한적이어서 언제 2차 추경에 들어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수확보를 위한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 역시 조세저항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4ㆍ1부동산종합대책도 약발이 사라지고 기업들은 좀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외여건은 더욱 나쁘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일본의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에 더해 유로존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경제정책에 창조적이거나 뚜렷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는 침착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세수확보 또는 경기진작을 위해 무리수를 둘 경우 우리 경제의 내상이 깊어질 수 있다. 우선 성장률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발표 직전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 2.7%에서 2.5%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전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희망대로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니라 하반기에도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저하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제시한 연 2.7%의 성장률은 지난해 9월 4.0%, 연말 3.0%보다 낮은 수준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민간도 아니고 정부의 공식 전망치가 들쑥날쑥한다면 신뢰도 역시 떨어지기 마련이다. 25만명에서 3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고용전망도 지난해 말의 32만명보다는 적다. 새롭게 상향 조정한 전망치가 실제로는 이전에 제시했던 수준보다 낮다면 그리 내세울 것도, 단기실적에 연연할 일도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저성장의 고리만 끊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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