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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퇴진 논란을 겪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광범위한 측면에서 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의 여당 인사들뿐 아니라 야당 쪽 역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3일째 공세를 이어갔다.
이 총리는 이미경 새정치연합 의원이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게 하려면 (총리직을) 사퇴하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자 "저는 이 사건이 앞으로 대단히 광범위하게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인(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친하지 않았지만 대충 듣고는 있었다"며 "예사롭지 않게 생각을 해왔고 동료 의원들에게도 '가능한 한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가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에 대해 "억울하게 당할 분이 아니다"고도 했다. 김영주 새정치연합 의원이 '광범위한 수사'에 대한 의미를 묻자 "관련인들을 소환해서 (조사)하다 보면 어떤 비자금을 만들어 돈을 줬는지 여러 가지가 나올 것"이라며 "후원금은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어떤 의원에게 줬는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아온 성 전 회장의 스타일상 정치후원금이 야당 의원들에게도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박수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2013년 성 전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 총리가 암시한 것처럼 야당 의원들에 대한 후원금 제공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합법 여부와 관계없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04년~2014년 연간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 명단에는 성 전 회장 또는 경남기업 이름으로 후원된 기록은 없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언론 보도에 나온 의혹을 토대로 이 총리 공세에 주력했다. 새정치연합은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에 이 총리와 23번 만났다는 의혹과 비타500 상자에 담긴 현금 3,000만원을 받은 의혹 등을 중점 거론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같은 고향이자 같은 국회의원, 같은 당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번 꼴로 만났다"면서도 "고인과 개인적 말을 나눌 처지가 아니다"라고 친분 관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총리가 직무 수행을 계속할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가능성이 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사퇴를 요구하는 진성준 의원의 질의에 "정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사퇴하겠냐"고 반문하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는 경제 분야가 주제였지만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불참으로 관련 질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최 경제부총리의 부재 속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정책 관련 질의를 최소화하고 이 총리 공세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반면 새누리당은 논란 확산을 경계하면서 정책 관련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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