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리아 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 공습으로 글로벌 금융시장도 극도의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지금 당장은 파괴력이 크지 않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하고 유럽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 경기둔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등 다른 악재와 맞물릴 경우 폭풍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22일 시작된 미국의 IS 공습에도 국제 금융·원자재 시장은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주가지수의 하락률은 0.5% 안팎에 그쳤다. 유럽 증시는 범유럽지수인 Stoxx50지수가 1.62% 급락하는 등 하락폭이 컸지만 이는 시리아 공습 외에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도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95% 상승했지만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오히려 0.26% 하락했다. 시리아 사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두바이유 역시 약간 떨어졌다. 시장에서 IS 공습의 부정적 영향이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는 등 긴장감도 역력했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NYMEX에서 전날보다 4.1달러 오른 온스당 1,222달러에 체결됐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4bp(1bp=0.01%포인트) 내린 2.527%를 기록했다. 또 안전통화인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반면 상품 가격 하락에 민감한 호주와 뉴질랜드달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9.1%가량 치솟은 14.93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창이던 8월 중순 이후 최고치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 J 키너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VIX가 며칠 새 21%나 급등한 것은 시장이 방어적 투자로 돌아섰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면서 금융시장도 당분간 갈피를 못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시리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우려 요인이다. 바클레이스PIC의 윌리엄 홉스 자산전략 부문 수석은 "IS는 매우 크고 잘 조직된 군사적 위협"이라며 "중동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에서 시리아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유로존 경제의 장기침체, 중국 경기둔화 등 세계 경제의 고질적인 잠재 리스크가 순식간에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주요국 증시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MSCI글로벌지수는 최근 사흘간 0.6% 하락하며 한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MSCI신흥국지수도 9월 들어서만 5% 이상 급락하며 올 6월6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휴존슨어드바이저의 휴 존슨 회장은 "유럽과 중국·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려가 크고 중동사태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미 증시의 경우 4% 고평가돼 있는 만큼 6∼8% 정도는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 증시는 엔화강세의 여파로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버팀목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유럽 경제가 악화할수록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실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최근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이 "기존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추가 경기악화시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게 바클레이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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