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폭력을 예방하는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 보면 자연과 가장 닮은 존재가 그들이 아닌가 싶다. 세상의 모든 걱정들을 사라지게 해주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 그들의 웃음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만큼 쉽지 않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 못지않은, 아니 더 심할 수도 있는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 12시 가까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주 5일제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아이들은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주중에 못다 한 학원 투어로 편하게 쉴 새가 없다.
공부만 강요, 아이들 행복지수 꼴찌
'2012 한국 어린이ㆍ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 조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지수는 4년 연속 꼴지를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성적ㆍ진학 문제, 학교 폭력 등으로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자녀들이 아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학생의 신분이 되면 왜 행복하지 못할까. 학생 시절은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인생의 과정이다. 우리도 학생일 때가 있었다. 시험과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불량 서클도 있었으며 집단 따돌림도 있었다. 지난 1989년에 나온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제목만 봐도 학생들의 아픔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변한 것이 있다.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이다. 아이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고 집에서 혼자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재미있는 놀이도 많다. 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정신적ㆍ신체적 성장 속도는 엄청 빨라졌다. 반대로 어른들은 그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어른들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끼리 생각을 나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그저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왕따, 학교 폭력 등으로 아이들이 '아프다'고 소리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딱히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재단이 아이들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23.1%)으로 나타났다. 교육제도 개선(22.3%), 학벌 위주의 인식 개선(20.8%)이 그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부모들은 "아이들이 과도한 경쟁구조 속에서 공부만 강요당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그러니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다양한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사교육 문제는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이 스스로 행복 찾게 도와야
하지만 사회구조를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선 사회구조 개선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과 가장 많이 교감하는 부모는 그들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 모델이다. 이제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전과 달라진 교육환경, 아이들의 복잡한 욕구 등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복에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다른 부모와 비교하고 사회구조만 탓하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더 불행하다. 아이들이 현재 여건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린이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거기에 어른들의 경험과 지혜를 더해 어린이들의 삶의 환경을 바꿔가는 일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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