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 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로제타가 잠에서 깨면 기기의 온도를 높여 지구로 신호를 보내올 것”이라면서 “알람 시계가 울린지 7~8시간 뒤 기상(起床) 메시지가 수신되면 로제타가 지금까지 무사히 우주를 여행하며 자동 수행 작업을 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제타는 목성과 가까운 궤도를 도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탐사를 위해 지난 2004년 3월2일 발사됐으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난 2011년 6월부터 최소한의 히터와 ‘알람 시계’를 제외한 모든 장비가 휴면 모드에 들어갔다.
ESA 원격조종팀은 로제타의 신호를 파악한 이후 건강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뒤 67P를 향해 엔진을 분사해 현재 900만㎞인 혜성과의 거리를 오는 9월 중순까지 10㎞로 좁힐 계획이다.
70억㎞를 여행한 로제타는 11월11일 다리가 세 개 달린 착륙로봇 ‘필레’(Philae)를 지름 약 4㎞의 공 모양 혜성에 내려놓은 뒤 태양을 향해 움직이는 혜성 67P를 따라가게 된다. 필레는 표본 채취와 사진 촬영을 하면서 이 과정에서 혜성 표면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고하게 된다. ESA 관계자들은 “필레가 혜성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사흘 정도이며 로제타호도 2016년 말로 수명이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혜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으로부터 변한 것이 거의 없어 로제타가 보내오는 자료로 지구가 속한 국지적인 우주 환경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약 10억달러가 투입된 무게 3t의 로제타는 원형 궤도를 따라 수십억㎞를 비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내행성들에 근접비행(플라이바이)하며 이들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도를 높여 왔다.
로제타호는 2008년 9월 지구에서 약 3억6,000만㎞ 떨어진 지름 4.6㎞의 스타인스 소행성에 800㎞ 이내로 접근해 표면을 근접 촬영함으로써 원거리 혜성 탐사의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이어 지난 2010년 7월에는 소행성 루테시아에 3,000여㎞까지 접근, 이 소행성이 두께가 최소 600㎞나 되는 두꺼운 파편 먼지 이불을 두르고 있음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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