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도 채 되지 않은 어둑어둑한 영종도 갯벌. 커다란 베낭을 맨 사람 물이 빠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떠오른 아침해의 일렁거림과 바닷 물결이 만든 갯벌의 주름이 함께 반짝일 때쯤, 찰칵거리는 셔터소리가 적막을 깨기 시작했다. 사진작가 양양금씨(54)의 작업하는 모습이다. ‘갯벌시리즈’를 시작한 것이 올해로 10년째. 갯벌의 풍경을 담지만 추상적 이미지로 마치 정물화같이 표현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는 3~9일 원서동 바움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가를 만났다. “대전이 고향이라 바다를 못 보고 자란 저에게 바닷가와 갯벌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더라고요.” 동경의 눈을 걷고 일상적 공간으로 갯벌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시작해 그 속에서 작가 자신의 내면부터 어촌의 생활, 자연의 소리까지 포착해내게 됐다. 10여년동안 갯벌 작업에 천착하게 한 이유다. 주로 서해안 갯벌에서 작업하는데 강화도와 영종도, 서천에 자주 다녔고 순천만을 특히 좋아한다. 작업하기로 맘 먹고 한 곳에 들르면 4~5일씩 머무르곤 하는데, 혼자 다니다 ‘큰일’을 겪기도 했다. “영종도 갯벌을 혼자 다니다 ‘빠지는 뻘’에 발을 디뎌 몸이 쑥 빨려 들어갔어요. 움직일수록 더 빠져들어 하반신이 거의 잠겼는데 그런데도 카메라를 든 손은 하늘로 치켜들고 있었더라고요. 다니는 사람도 없고, 물 들어올 시간이면 영락없이 죽겠다 싶어 눈앞이 캄캄했죠.” 다행히 휴대폰으로 구조요청을 했던 일화다. 전작들은 흑백작업의 어두운 톤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 신작은 컬러작업이 많아졌다. ‘상실, 상처 그리고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갯벌 뿐 아니라 갯벌 식물과 주변 풍경까지 잡아냈다. 작가는 “갯벌에서 흔들리는 갈대는 장시간 노출로 뭉개지듯 표현해 봤고(상실), 눈이 날리는 겨울 갯벌의 힘든 시기(상처), 함초의 새싹이 피어나는 봄(희망)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작가는 4~5년 전부터 사라져가는 갯벌에 대한 작품 기획을 하던 중 지난해 서해안 태안반도 기름유출로 사건을 접하고 무척 안타까워 했다. 자연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민 또 다른 갯벌 사진전은 2년 후쯤 선보일 계획이다. (02)742-0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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