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에서 콘텐츠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전장은 스마트TV 부문이다. 과거 일방적인 영상정보 전달로 '바보상자'로까지 불리던 TV는 초고속 광통신과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요술상자'로 탈바꿈했다. 원하는 방송을 골라 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TV는 사람이 사용하는 디지털 디바이스 가운데 스마트폰과 함께 가장 많은 사용시간을 차지한다. 큰 화면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용자환경(UI) 등의 편리함은 오히려 스마트폰을 앞선다. 그만큼 다른 분야와의 연동을 통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스마트TV의 글로벌 시장 수요는 지난해 5,937만대에서 오는 2013년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TV업계 1ㆍ2위인 삼성전자ㆍLG전자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TV의 핵심은 역시 콘텐츠다. 사용할 만한 콘텐츠 없는 스마트TV는 바보상자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앱과 기능을 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업체들도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ㆍ동작인식 등과 같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과 어린이 전용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앱은 지난 2010년 100개로 시작해 현재 1,700개로 늘어났다. 전세계 150개국에 60여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으며 전체 앱의 65%가 지역에 특화된 로컬 앱으로 구성돼 있다.
LG전자는 3D를 특성화한 스마트TV 등을 내놓고 월트디즈니ㆍ블리자드 등과 제휴해 관련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앱과 콘텐츠는 500여개 정도다. LG전자의 특징은 다양한 협력업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ㆍ스마트TV 등을 통한 자체 생태계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면 LG전자는 동맹(스마트TV 얼라이언스)을 구성해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TV의 생태계 구축과 이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기업이 제공하는 앱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개방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TML5를 기반으로 앱 호환성과 기능 확장을 쉽게 하면서 멀티 코덱과 고화질 등을 위한 기술을 지원하는가 하면 TV와 게임기ㆍ셋톱박스 등 관련 액세서리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오픈 컨버전스 인터페이스(OCI)도 구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결해 게임을 즐기면서 다양한 모바일기기와 쉽게 연동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 인터랙션 기능으로 쉽고 편하게 TV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사용자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향후 클라우드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를 자동 동기화하고 빅데이터기술로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LG전자의 경우 개방성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터랙션 기능과 콘텐츠를 진화시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셰어 기능을 원활히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TV를 쉽고 편리하게 조작하는 인터페이스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자연어 음성인식과 동작인식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이 향후 스마트TV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TV시장이 성숙하려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함께 망 중립성 논의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문제가 걸려 있는 망중립성 논란이 가닥을 잡아야 스마트TV시장 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중걸 로아컨설팅 책임연구원은 "스마트TV의 성공 여부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와 함께 망 중립성 이슈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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