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 돈을 꿔준 채권단 입장만을 놓고 본다면 투자원금을 한 푼이라도 더 회수하겠다는데 마냥 타박하기는 어렵다. 미래에셋 등 금호산업 재무적투자자(FI)들은 금호산업 주당 6만원은 돼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욕심에도 '금도'가 있는 법이다.
실제로 매각 협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채권단이 꺼내고 있는 압박의 논리가 시장의 관례를 한참이나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이중 프리미엄' 논란이 대표적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 측에 1조213억원(주당 5만9,000원)에 회사를 되사가라고 통보했다. 이는 외부 회계기관이 내놓은 평가가격(3만1,000원)에 90%의 프리미엄을 더한 값이다. 금호산업의 시장가(24일 종가 1만5,400원)를 기준으로 보면 프리미엄은 200%를 훌쩍 넘는다. 외부기관이 산출한 평가가격에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프리미엄을 또 한 번 얹겠다는 계산이고, 설령 채권단의 주장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2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조폭 논리'와 다를 게 없다.
인수합병(M&A)을 해본 재계 대부분에서 "채권단이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동안 M&A 사례들을 보면 프리미엄은 시가 대비 50% 안팎에서 결정되고는 했다. 박 회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외부 기관이 미래가치를 반영해 평가 금액을 산정했는데 여기에 또다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 것은 명백한 이중 계산"이라고 말한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박 회장이 이미 성의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이 제시한 주당 3만7,564원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입찰전에 뛰어들었던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3만907원)보다 22% 높은 금액이다. 더욱이 당시 호반이 달아놓은 부채 감면 조건 등을 감안하면 43% 이상 비싼 가격이다.
더구나 채권단을 주도하는 미래에셋은 투자은행 역할을 하는 곳이다. 모든 투자의 기본은 '리스크 테이킹'인데 원금 회수만 고집하면 결국 때를 놓쳐 기업 가치만 떨어질 게 뻔하다. 돈만 생각하려면 차라리 중국으로 가서 세일즈를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박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전 재계 5위 안에 들어서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덫에 걸려 꿈이 좌절됐지만 그의 사업적 욕망만큼은 여전하다.
박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업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가의 순수한 열정이 금융회사의 무조건적 이익 추구 행위로 또다시 무너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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