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흥행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의 웃음 코드는 이번에도 통했다. 지난 3월 22일 개막한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그야말로 ‘장유정표’ 작품이었다. 예상을 뒤엎는 상황 개그와 재치 있는 대사는 관객의 웃음 취향을 정확히 끄집어내는 장유정 작품만의 매력이다.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한순간에 래퍼로 변신한다. 총알처럼 쏟아져 나오는 랩에 관객들의 환호성은 그칠 줄 몰랐다. 명문대에 진학한 종가집 차남 주봉. 대학시절 시위를 하다 실형을 살았던 전과가 있다. 장남 석봉은 주봉에게 학생의 본분을 언급하며 타박한다. “남들 도망 다닐 때 넌 뭐했냐?” 장유정의 전작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등과 비교하면 주제의식이 뚜렷한 점이 특징이다. 작품은 안동 이씨 종가 장례식을 배경으로 맏며느리의 애환, 형제간의 화해를 다뤘다. 수년 째 고향에 오지 않았던 백수 석봉과 고시생 주봉이 아버지 장례에 맞춰 안동에 온다. 서로에게 콤플렉스를 지닌 형제는 장례식에서 다투던 중 아버지가 숨겨놓은 로또 얘기를 전해 듣는다. 로또를 찾는 과정에서 형제는 종가집 맏며느리였던 어머니의 헌신을 알게 되고 결국 서로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웃음을 극대화한 장면과 주제 의식을 표면화한 장면이 적절히 맞물린 구성이 돋보인다. 힙합ㆍ클래식ㆍ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장소영의 음악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흥겨운 리듬과 함께 주인공의 이름을 재치 있게 활용한 노랫말 ‘썩 썩 썩을 놈 석봉이, 주 주 주글 놈 주봉이’는 귓가에 맴돈다. 조명의 활용은 특히 눈에 띈다. 천장의 대형 조명과 이례적으로 무대 측면에 배치한 라이트는 여주인공의 등장과 형제의 이중창을 세련되게 처리한 효율적 장치였다. 박정환(석봉), 송용진(주봉), 이주원(오로라) 등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도 무리가 없었다. 6월 8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02)738-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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