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서 단품슬라이딩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막상 건설업체들의 신청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급공사 부문의 단품슬라이딩제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조달청에 따르면 관급공사 부문에서 단품슬라이딩 접수 사례는 제도가 시행된 지난 5월 1일 이후 단 두 건에 그쳤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단품슬라이딩을 하면 도리어 손해인데 어느 업체가 신청하겠느냐”며 “대부분의 건설사에서 단품슬라이딩을 하지 않겠다는 내부지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관급공사의 경우 단품슬라이딩을 신청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현행 제도의 맹점 탓이다. 단품슬라이딩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발주처와 건설사의 최초계약일로부터 90일이 지났을 때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생산자물가지수가 3%이상 오르면 이를 적용해 건설사가 계약금을 올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단품슬라이딩제가 시행되면서 계약일로부터 90일이 안 되더라도 가격이 15% 이상 급격히 오른 자재가 있으면 해당 자재가 오른 만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철근값이 10억원 드는 100억원 규모의 관급공사가 있다고 할 경우 건설사는 철근값이 15% 오르면 계약체결일로부터 90일이 지나기 전이라도 이에 해당하는 1억 5,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단품 조정을 받으면 막상 90일이 지나 생산자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이미 올려 받은 철근은 제외하고 다른 원자재만을 가지고 지수 계산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만일 이때 철근을 뺀 기타 자재의 생산자물가지수 변동이 3%에 미치지 못할 경우 건설사는 다른 원자재 인상 분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두성규 건산연 건설경제연구실장은 “1~2개 품목 때문에 단품슬라이딩을 하느니 90일을 기다렸다가 전체 품목에서 계약금 조정을 하는 편이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132억원 규모의 관광미항(港) 시설공사 계약을 체결한 S건설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수변동에 따라 계약 조정을 할 경우 4억 2,000여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단품슬라이딩을 적용할 경우 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4억 1,0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모든 원자재값이 다 오르는 상황에서 단품슬라이딩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기획재정부의 현실성 있는 정책 마련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식명칭은 '단품 물가조정 제도'로 단일품목에 대한 물가조정을 의미한다. 단일품목(자재 및 노무비)의 가격에 15% 이상의 증감이 발생했을 때 가격변동률만큼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단품슬라이딩을 적용 했을 때 관급공사의 경우 발주처와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반면 민간 주택공사는 분양가를 4.4% 범위 내에서 올릴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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