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비롯한 세계 열강들이 조선으로 몰려들던 19세기말, 자본주의의 물결은 조선 경제에도 큰 변화를 예고했다. 이런 변화에 맞서 개성상인 장훈과 인천상인 서상진, 한양상인 홍도깨비가 개항에 맞서 함께 뭉쳐 싸우기로 약속하는 데서 소설은 시작된다.
작가 김탁환은 오늘날 우리 삶의 화두인 '자본'을 탐구하기 위해 100년 전 민족 자본이 싹트려 했던 시점을 포착한다. 찬란한 욕망 가운데 탄생해 생명체처럼 증식하고 탐욕 속에서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자본의 속성을 투시하면서 작가는 주인공들을 권모술수와 살인, 음모와 치정이 난무하는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인간군상의 모습만 그려냈다면 이 소설은 기존 대하소설과 별다른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자본주의가 움트는 새로운 흐름을 포착하고 그 변화의 흐름에 몸을 싣는 젊은 그들, 즉 '조선의 스페셜리스트'에 주목한다. 금광을 통해, 인삼을 팔아, 기업을 일으켜 저마다 새 시대를 헤쳐나갈 힘을 키워낸 이들이다. 그들은 모두 19세기말 대표적인 상인들의 아들, 딸로서 열강의 자본 앞에서 패배를 겪고 가난한 나라의 부자는 결국 가난한 나라의 백성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민족을 만난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미 부국이 된 나라들은 자신들이 부를 쌓은 방법을 결코 빈국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빈국은 스스로 부를 쌓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돈을 모으고 그 돈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관리하며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은행을 세우지 못하는 나라는 돈을 모두 부국의 은행에 빼앗기고 빈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본문 중에서)
작가는 자본의 냉혹한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젊은 그들을 절벽 끝까지 몰아세웠다. 목표가 높았던 만큼 변신은 신속했고 대결은 치열했으며 패배는 쓰라렸다. 작가는 그들의 분투를 통해 한편으로는 '자본의 악마성'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선한 자본에의 희망'을 던져준다. 그래서 2013년의 또 다른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젊은 그들의 도전과 패배, 그리고 성취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1권 1만 2,000원, 2ㆍ3권 각각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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